17년째 편의점을 운영해 온 점주 A 씨(45)는 12일 내년 최저임금이 올해(8350원)보다 240원 오른 8590원으로 결정됐다는 소식에 한숨을 쉬었다. 내년 인상률은 2.9%로 2009년 이후 가장 낮다. 이를 두고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 공익위원이 사용자 측의 손을 들어줬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대표적인 최저임금 업종인 편의점 업계에서는 안도감보다는 실망감이 더 컸다. 지난 2년간 최저임금이 29%나 오른 데다 편의점주들이 체감하는 경기가 역대 최악이라서다.
A 씨는 “편의점은 불경기에도 장사가 잘되는 업종인데 지난해 하반기부터 매출이 전년보다 10%가량 줄었다”며 “그런데 최저임금은 터무니없이 올라 하루 12시간 넘게 일해도 점주한테 남는 게 거의 없다”고 토로했다.
정부를 겨냥한 격앙된 발언도 나왔다. 서울 종로구에서 식당을 하는 이모 씨는 “제비 다리 부러뜨려 놓고 고치겠다고 하는 놀부와 다를 게 뭐냐”라며 “이제 와서 소폭 올린다고 자영업자 사정이 나아지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이날 “정부가 최저임금 제도 개선에 나서지 않으면 전국적으로 규탄대회를 전개하겠다”고 예고했다. 지불 능력을 고려한 지역·업종·규모별 차등 적용이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전국 편의점주 연합체인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전편협)도 “우리는 정책 실험의 대상이 아니다”라며 “일자리 쪼개기를 양산하는 주휴수당 제도를 당장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향후 최임위가 업종별, 규모별 (최저임금) 구분 적용을 최대한 빨리 논의해 달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이런 요구가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업종별 구분 적용은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 심의를 거쳐 고용노동부 장관이 정하도록 돼 있지만 최저임금이 처음 시행된 1988년 한 번만 시행됐을 뿐 이후에는 전혀 시행되지 않았다. 경영계가 매년 요구했지만 최임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내년 최저임금 심의에서도 업종별 구분 적용은 표결 끝에 부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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