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는 주 52시간을 지킬 수 있지만 며칠 내로 납품하라고 갑자기 주문이 떨어지면 납기를 맞추기 위해 연장근로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화학물질 제조업체 A사는 근로자 약 110명의 중소기업으로 내년 1월 1일부터 주 52시간제를 지켜야 한다. 하지만 A사 측은 고용노동부가 올 6월 전국의 50∼299인 기업 1300곳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주 52시간제를 지키기가 힘들다”며 이렇게 답했다.
플랜트전기배전반(配電盤)을 만드는 B사(직원 180여 명)는 “지역 특성상 인력 충원 자체가 어렵고 기업에 적합한 인력을 구하는 것도 어렵다”고 호소했다. 신규 인력을 뽑아 주 52시간제에 대비하고 싶어도 인력난이 심해 준비를 할 수 없다는 얘기다.
국내 중소기업 10곳 중 4곳은 이 업체들처럼 주 52시간제 준비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부가 19일 발표한 50∼299인 기업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주 52시간제에 대해 ‘준비 중’(31.8%) 또는 ‘준비 못 하고 있다’(7.2%)고 답한 기업은 모두 39.0%였다. 고용부의 올 1월 조사 때(43.3%)보다 불과 4.3%포인트 감소한 것이다. 반면 ‘준비가 끝났다’고 응답한 기업(61.0%)은 1월 조사(56.7%)보다 4.3%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주 52시간제를 준비하지 못하는 이유(중복 응답)로는 ‘추가 채용에 따른 인건비 부담’이 53.3%로 가장 많았다. ‘주문 예측의 어려움’(13.7%), ‘인력난’(10.1%), ‘노조와 협의 난항’(6%)이 뒤를 이었다. 이재갑 고용부 장관은 이날 점검 회의를 열고 “계류 중인 탄력근로제 개선 법안을 하루빨리 통과시켜 주시길 국회에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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