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민간 임대주택에 대한 각종 세제혜택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임대등록 세제혜택이 좀 과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 조정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7월 임대사업등록을 한 집주인에게 각종 세제혜택을 주는 내용을 담은 세법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정부의 주택정책 주무 장관이 한 달도 안 돼 방향을 튼 것은 최근 치솟는 서울과 일부 수도권의 집값 때문이다.
정부가 제출한 개정안은 임대기간을 4∼8년으로 하고 임대료를 연 5% 이상 못 올리게 하는 대신 양도세 종합부동산세 지방세를 감면해 주고, 건강보험료 부담을 완화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런데 김 장관은 “(임대사업등록 정책 취지와는 달리) 지금은 여러 채 집 있는 사람들이 집을 많이 살 수 있는 유리한 조건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세제혜택을 줄이겠다고 했다. 당초 다주택자들에게 각종 혜택이 많으니 임대주택사업자로 등록하라고 적극 권장한 부처는 국토부였다.
정작 세제를 담당하는 부처인 기획재정부에선 “이러니 부동산 시장이 왜곡된다”는 반응이 나오는 걸로 봐서는 정부 내에서조차 조율된 정책은 아닌 것 같다. 김 장관의 발언은 그 전날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다주택자와 초고가주택에 대해선 종합부동산세를 인상해야 한다”고 한 발언과도 맥이 닿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자가(自家)점유율은 60% 수준이다. 10가구 가운데 4가구 정도가 세입자라는 말이다. 서울은 절반이 넘는 57%가 세입자다. 공공 임대주택이 부족해 이 세입자의 70%가 사적으로 임대하는 집에서 전·월세 형태로 살고 있다. 그렇다 보니 계약기간인 2년마다 임대료 인상에 따른 갈등과 이사를 전전해야 하는 불편이 우리 사회의 고질병 가운데 하나로 지적돼 왔다.
지난해 12월 발표한 민간임대주택의 활성화 대책은 이런 문제점을 완화해 집주인과 세입자의 상생을 도모하는 방안으로 추진됐다. 집값이 오르고 내리는 것과는 별도로 세입자의 주거 안정에 초점이 맞춰진 정책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서울 및 수도권 고가주택의 집값을 잡기 위해 채 시행해 보지도 않은 대책을 손질하겠다고 나선 김 장관의 발언은 납득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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