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9월 30일, 경기 지역 분당, 일산, 중동, 평촌, 산본 등 5개 신도시 가운데 분당 시범단지에서 입주가 시작됐다. 첫 입주민은 시골에서 올라와 부부가 함께 우유 배달로 모아온 돈으로 2년 전 분양에 당첨된 40대였다. 역사상 첫 신도시, 첫 입주민 취재를 갔던 필자가 왜 이렇게 새벽에 이사를 왔느냐고 물었다. “처음으로 내 집을 갖는다니 마음이 설레서 우리 둘 다 밤새 한숨도 못 자다가 날이 밝자마자 왔다”고 대답한 그 부부의 감격 어린 표정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1기 신도시 건설은 노태우 정부의 대선공약 ‘주택 200만 가구 공급’의 산물이다. 자고 나면 웬만한 샐러리맨의 연봉 정도가 오르던 서울 강남 집값은 당시에도 큰 사회문제였다. 정부는 서울로 출퇴근할 수 있는 곳에 신도시를 만들어 주택을 대량 공급하기로 했다. 첫 사업이 5개 신도시에 지어진 30만 가구였다. 신도시 분양 직후 강남 집값은 오랫동안 안정세를 보였다. 그 대신 분당이 신도시의 쾌적함과 강남권의 접근성 등으로 ‘천당 아래 분당’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분당 시범단지 30평형대의 첫 평당 분양가는 156만 원. 그 우유 배달 부부가 분양받은 32평형은 5000만 원 정도였으니, 29년 만에 20배가량 오른 셈이다. 첫 분양 이후 10년 가까이 지나자 1기 신도시의 약발이 떨어졌다. 잠잠하던 서울 집값이 다시 정신없이 뛰기 시작했고, 노무현 정부는 다양한 수요억제 대책과 함께 판교, 광교, 동탄 등 12개 지역에 걸친 2기 신도시 건설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국토교통부가 9·13대책에서 내놓았던 3기 신도시 계획의 구체적인 지역, 규모 등을 이르면 이번 주에 발표할 것이라고 한다. 유력한 후보지로 거론되던 과천, 고양 원흥 등은 계획 사전유출 사건으로 일단 제외됐다. 김포 고촌, 성남, 광명, 시흥, 하남 등이 또 거론되고 있다. 1, 2기와 마찬가지로 3기 신도시의 주 타깃 역시 서울 강남 집값이다. 당시와 다른 점은 서울 집값이 이미 내리막으로 꺾였고, 3기 신도시 예상 지역에는 아직 미분양이 많아 해당 지역과 인근 주민의 반대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