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집값을 안정시킬 공급대책의 일환으로 ‘3기 신도시’ 4곳이 발표되자 지역주민들은 우려하는 목소리를 냈다. 반면 투자자들은 개발호재에 큰 관심을 보이는 모습이다.
국토교통부는 19일 오전 서울청사에서 서울시, 경기도, 인천시 등 관계기관과 함께 남양주 왕숙, 하남 교산, 인천 계양, 과천 등을 3기 신도시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국토부는 9.13 부동산대책에서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수도권 택지에 30만호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지난 9월21일 공급대책을 발표하며 1차로 3만5000호를 공급할 17곳 부지를 선정했고 이번에 15만5000호를 공급할 서울·수도권 입지 41곳을 확정했다.
이중 100만㎡이상 대규모 택지는 남양주, 하남, 인천계양, 과천 등 4곳으로 해당 지역에는 총 12만2000호가 공급된다.
정부의 주택공급은 서울에 몰리는 수요를 분산시키고 집값을 안정화시키겠다는 것이 목적이다. 그러나 2기 신도시의 경우 마땅한 교통대책 없이 공급만 늘려 일명 ‘배드타운’이 됐다는 불만이 주민들 사이에서 쏟아졌다.
이번에 3기 신도시로 지정된 지역주민들도 같은 이유로 신도시 지정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남양주 진접읍에 사는 A씨는 ‘선교통-후공급’ 원칙에 대해 “이쪽은 이미 빈집도 많고 거래도 안되는 상태이기 때문에 신도시를 건설한다고 공급을 늘릴 필요가 없다”며 “기존에 있는 사람들이 살기 좋게 산업단지를 조성한다거나 교통시설을 만드는게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A씨는 “지난 10년간 정치권에서는 지하철을 들여오겠다거나 산업단지를 만들겠다는 약속을 했는데 제대로 지켜진 게 없다”며 “오히려 임대주택을 많이 만들어서 공급량만 늘어나니까 분양가가 1~2억씩 떨어지기도 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교통편이 좋아져 서울로의 이동이 수월해진다고 해도 지역주민들은 혜택을 크게 보지 못할 거라는 우려도 제기했다.
하남 천현동 B공인중개소 대표는 “미사신도시가 이미 들어와있어 그만큼 발전하고 있는 동네이고 서울이랑 근접해있어 지금도 그렇게 불편하지 않다”면서 “다만 교통분담금이 2배가 돼서 분양가가 높아지면 결국 하남 주민들보다 서울 수요가 많이 들어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덧붙여 B대표는 “이미 땅도 서울 사람들이 많이 사갖고 있는 상태인데다 미사지구쪽 임대주택 비율이 굉장히 커 주변에 있는 다가구주택 거주자들이 세입자를 빼앗겨 고통받고 있다”며 “신도시를 개발한다고 하면 하남 주민들에게도 최대한 혜택을 줘야 하는데 분양 혜택도 적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2기 신도시 교통대책 추진이 더딘 원인으로 ‘교통 분담금’이 지나치게 적었다는 점을 꼽고 기존보다 2배로 늘려 입주민들에게 부담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이럴 경우 분담금이 분양가에 반영돼 신규 입주 분양가가 2000만~4000만원 가량 오를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반면 투자자들은 이번 3기 신도시 개발 소식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인천 박촌동에 위치한 C공인중개소 대표는 “3기 신도시 발표후 집값이 오를것 같은데 어떻게 보느냐는 전화 문의를 굉장히 많이 받았다”며 “이곳은 신규공급이 별로 없고 90% 이상이 15년 이상된 아파트이기 때문에 다들 좋아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하지만 공급이 늘어나면 집값이 떨어지지 않겠느냐는 우려는 적었다.
C대표는 “1만7000세대 정도가 입주하면 전철이 들어올 확률더 높아질 것이 아니냐는 기대가 있다”며 “서울 지하철 2호선이 내년 예비타당성 결과를 발표할텐데 이번 신도시 지정으로 예타 통과에 대한 기대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과천 과천동 D공인중개업소 대표도 “오늘 발표가 있고 나서 전화상이나 문자로 정책이 미칠 영향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다고 문의한 사람이 몇명 있었다”며 “토지 시세가 어느 정도 되는지 문의하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D대표도 지역주민들은 공급량 증가에 따른 집값 하락이나 원주민들이 터전을 잃고 밀려나는 문제 때문에 반대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시에서 자족도시 개념으로 신도시 개발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는 것 같은데 시민들은 크게 반기는 입장은 아니다”라며 “가격 하락을 염려하는 분들이 있고 그쪽에서 생업에 종사하던 사람들은 터전을 잃는 셈이라 과천을 떠나게 될까봐 걱정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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