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서북부 교통대책을 조속히 추진하겠다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달래기’에도 3기 신도시 후폭풍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경기 고양 일산, 파주 운정, 인천 검단 등 1, 2기 신도시 주민들의 불만이 여전한 데다 3기 신도시로 지정된 지역 주민들까지 반발하고 있다. 서울 집값 잡기를 위해 급하게 추진된 정부의 신도시 정책이 난항에 빠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경기 고양시 일산신도시와 인천 검단신도시에서는 “3기 신도시 지정을 철회하라”는 집회가 동시에 열렸다. 주최 측 추산 1만1000명에 이르는 주민들이 참석했다. 일산과 파주시 운정신도시 주민들은 일산동구청 앞에서 3기 신도시 반대집회를 열었다. 12, 18일에 이어 세 번째다. 앞서 두 차례 집회에 이들과 함께 했던 검단신도시 입주예정자들은 인천 서구 인천지하철 2호선 완정역 앞에서 단독 집회에 나섰다.
거리로 나선 주민들은 23일 김 장관이 내놓은 △인천 2호선 일산까지 연장 △서울지하철 3호선 파주(운정)까지 연장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노선 예정대로 개통 등에 대해 “실효성 없거나 재탕 대책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임동수 일산신도시연합회 운영위원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10여 년 전부터 추진해온 계획들을 되풀이했을 뿐 구체적인 내용은 없었다”며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입지가 더 좋은 3기 신도시가 발표되면서 2기 신도시의 미분양 우려도 현실화하고 있다. 22, 23일 청약을 접수한 검단신도시의 ‘검단파라곤 1차’는 874채 모집에 1, 2순위 합쳐 264명이 신청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10월 분양을 시작한 검단신도시는 2023년까지 7만4700채 규모로 개발된다. 운정신도시도 개발이 늦어진 3지구에서 3만2400채가 추가로 나올 예정이다.
지난해 12월 3기 신도시로 지정된 수도권 4개 지역 역시 추진 과정에서 주민 반대로 몸살을 앓고 있다. 17일 하남시청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하남시 교산지구 주민 설명회는 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주민들은 “오랫동안 살아온 삶의 터전을 주민 동의 없이 개발하는 것은 생존권과 재산권 침해”라며 반발했다. 16일 남양주시 왕숙지구, 14일 인천 계양테크노밸리지구에서도 같은 이유로 설명회가 연달아 무산됐다.
주민들의 반발은 정부는 물론 지방자치단체로도 향하고 있다. 하남 교산지구 주민 190여 명은 24일 김상호 하남시장에 대한 항의의 의미로 통장협의회, 주민자치위원회 등 지자체 유관단체에서 집단 사퇴했다. 일산 주민들은 고양시 창릉지구를 3기 신도시로 지정하는 데 동의한 이재준 고양시장에 대해 주민소환을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역 의견 수렴 등을 충분히 거치지 않고 급하게 3기 신도시 정책을 밀어붙인 결과라고 분석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 집값 잡는 데 급급해 1, 2기 신도시 등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며 “주민 반발을 어떻게 해소할지가 가장 큰 과제”라고 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