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7일 국토교통부(국토부)가 수도권 ‘제3차 신규택지 추진계획’을 최종 발표했다. 지난해 9월 21일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 방안’, 12월 19일 ‘2차 수도권 주택공급 계획’을 발표한 뒤 내놓은 세 번째 공급 방안이다. 국토부는 이번 발표를 통해 약 8개월 만에 수도권 3기 신도시 공급 방안을 마무리했다.
약 8개월 만에 30만 호 공급 계획 마무리
3기 신도시 공급 규모는 총 30만 호에 이른다. 1차로 17곳에 3만5000호, 2차로 41곳에 15만5000호를 발표한 데 이어, 이번에는 28곳에 11만 호 입지를 확정했다. 대표적인 곳으로는 2차 때 발표된 남양주 왕숙지구(6만6000호), 하남 교산지구(3만2000호), 인천 계양지구(1만7000호)와 3차 때 발표된 고양 창릉지구(3만8000호), 부천 대장지구(2만 호) 등이다(표1 참조). 3기 신도시는 전반적으로 1·2기 신도시에 비해 지리적으로 서울과 가깝다. 교통망만 계획대로 확충된다면 출퇴근도 수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규모 신도시 개발지구만큼이나 서울 내 중소 규모 택지에도 무주택자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5월 7일 최종 계획안에는 서울지하철 2·4호선 사당역 복합환승센터(1200호), 구의자양 재정비촉진1구역(1363호) 등을 포함해 19곳에 1만517호가 추가됐다. 서울과 경기, 인천 등에 공급되는 중소 규모 주택은 총 81곳, 12만7279호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표2 참조).
도심형 주택공급 방안의 유형은 4가지다. △지하철역 복합개발 △도심 공공부지 활용 △군 유휴부지 활용 △공공시설 복합화 등이다. 서울 시내 단일 면적으로 가장 규모가 큰 택지는 동작구 대방동 군부지로 12만5000㎡에 1000호가 공급될 예정이다. 다음으로 구의자양 재정비촉진1구역 7만8000㎡, 사당역 복합환승센터 2만2000㎡ 순이다. 동북권 민간부지를 활용해 1000호를 공급할 예정이지만 정확한 면적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번에 발표된 대상 부지 가운데 가장 관심이 집중된 곳은 서울지하철 2·4호선 사당역 복합환승센터다. 현재 일부는 서울시 공영주차장으로 사용되고, 일부는 비어 있다. 따라서 만약 공공주택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된다면 속도가 비교적 빠를 것으로 점쳐진다.
사당역은 행정구역상 동작구 사당동과 서초구 방배동이 맞닿은 곳에 위치한다. 서울지하철 노선 2개가 동시에 지나가 서울에서도 유동인구가 많은 곳으로 꼽힌다. 대규모 상업지구는 아니지만 사당역 인근에 각종 음식점과 유흥주점이 몰려 있다. 또 동쪽은 강남, 서쪽은 여의도 접근성이 좋아 거주지로서도 선호도가 높다.
그곳 분위기를 파악하고자 5월 21일 현장을 찾았다. 낮 시간임에도 동작대교를 지나 사당역까지 도로가 간헐적으로 정체됐다. 도로 양측으로 각종 상업시설이 즐비해 생활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었다.
사당역 공영주차장 부지, 입지는 최상
사당역 1, 2번 출구와 바로 이어진 공영주차장 옆 공터는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풀이 무성하게 자라 있었다. 바로 뒤편 우면산 자락에는 방배우성 아파트와 방배래미안이 나란히 자리한다. 길 건너편에는 홈플러스가 위치해 차로 5분이면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사당역 남서쪽 상업시설과는 도로를 사이에 두고 완전히 분리돼 있어 도심 속 주거지역으로는 최상의 입지 같았다.
사당역 사거리의 S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서울 도심에서 조금 떨어진 느낌은 있지만 그만큼 살기에는 좋다. 방배우성 아파트와 방배래미안은 대기 수요도 꾸준하다. 서울지하철 노선도 2개가 지나가기 때문에 직장인이 출퇴근하기에도 매우 좋은 편이다. 당초 주차장 부지에 복합환승센터가 들어올 것으로 예상됐는데 이번에 정부 발표를 보니 공공주택 공급이 확대됐다. 임대주택이 늘고 상업시설 규모는 축소될 것으로 보여 아쉽긴 하다. 그래도 개발만 되면 동네가 더 좋아질 것”이라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인근 아파트 가격은 3.3㎡당 3500만~3900만 원가량에 형성돼 있다. 1990년 완공된 방배우성 아파트의 가장 최근 실거래는 지난해 9월 전용면적 84㎡가 11억2500만 원(11층)이었으며, 이후 현재까지 계약된 건은 없다. 바로 뒤편으로 2003년에 들어선 방배래미안의 시세는 약간 높은 수준이다. 전용면적 84㎡가 지난해 1월 11억5000만 원, 3월 10억9500만 원에 거래됐고 현재는 같은 면적의 매매가가 12억~12억5000만 원에 형성돼 있다. 향후 공공택지인 사당역 공영주차장 부지에 신규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다면 일반분양가는 두 아파트의 현 시세보다 낮게 책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사당역 복합환승센터 공급안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윤지해 부동산114 과장은 “서울 시내에 1000가구 이상 대규모 공급안은 희소성이 있기 때문에 매우 유의미하다. 사업이 얼마나 속도감 있게 추진되느냐가 문제인데, 그러한 불확실성을 제외하면 서울 집값 안정과 공급 확대라는 방향성에 부합하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 집값 안정? 서울에 공급해야
이 밖에 동작구 대방동 군부지, 광진구 구의자양 재정비촉진1구역은 1000호 이상의 비교적 대단지 공공주택이 들어설 것으로 보여 일찌감치 기대를 모은다. 대부분 규모가 작고 바로 사업을 추진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비어 있는 부지가 많다. 따라서 진행 속도도 3기 신도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를 것으로 기대된다. 국토부 역시 중소 규모 택지는 올해부터 순차적으로 주택사업승인 등을 거쳐 2020년부터 분양에 들어갈 것이라고 발표했다.
현재 가장 속도가 빠른 곳은 구의자양 재정비촉진1구역이다. 이르면 6월 기공식을 갖고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예정이다. 현재 KT의 부동산 자회사 넥스트커넥트PFV에서 국토부에 사업시행계획 인가를 신청한 상태로 5월 말 인가가 나면 6월부터 KT통신시설, 서울동부지방법원과 검찰청 등 부지 내 건물 철거 공사에 들어간다.
해당 부지는 당초 첨단업무복합단지 개발 사업이 추진되던 곳이다. 최고 35층 높이의 호텔과 오피스텔 등 상업·업무시설이 들어설 예정인데, 이번 공공주택 공급안에 따라 1363가구 아파트도 공급된다. 아파트는 임대주택 432가구, 행복주택 300가구, 일반분양 631가구로 구성된다. 완공은 2023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부가 3기 신도시 공급안을 마무리 지었지만 곳곳에서 반발은 계속되고 있다. 신도시가 대부분 동·서부권에 치중돼 있고, 업무시설이 밀집한 강남, 여의도, 광화문 등으로의 접근성이 떨어져 교통망 확충 없이는 기존 1·2기 신도시와 같은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또한 강남 대기 수요의 구미를 충족할 만한 요인도 충분치 않아 서울 주요 아파트 매물이 소화되는 기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5월 중순에 대표적인 서울 재건축 단지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의 급매물이 소화됐고, 전용면적 82㎡의 매매 호가가 20억5000만 원까지 올랐다.
지난해 9월 13일 3기 신도시 공급안이 발표되기 직전인 9월 초 잠실주공5단지 전용면적 82㎡ 매물은 20억4000만 원에 거래됐다. 이후 정부의 강도 높은 부동산 규제 여파로 하락세를 보이며 올해 3월 중순에는 17억7000만 원에 계약될 정도로 인기가 떨어졌다. 하지만 3기 신도시 공급안 최종 발표 이후 ‘강남을 대체할 신도시는 없다’는 평가가 지속되자 호가는 지난해 최고 수준으로 회귀했다.
온라인 부동산 카페에는 이를 두고 ‘엇박자 행정’이라는 비난이 쏟아진다. 서울에 공급이 부족해 집값이 오르는데 왜 경기도에 집을 짓느냐는 것. 이를 두고 ‘배탈 난 사람에게 감기약 주는 꼴’ ‘강남에 불났는데 경기도에 소방차 보내는 꼴’ 등의 비유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일각에서는 사당역 복합환승센터, 구의자양 재정비촉진1구역과 같이 서울 주요 역세권에 주택을 공급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 과장은 “이번에 발표된 서울시 도심주택공급 물량은 1만여 가구로 각각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사실 서울에 공급되는 공공주택은 대부분 역세권이기 때문에 공급만 가능하다면 모두 의미가 있다. 문제는 물량이다. 대표적인 곳들을 제외하면 100~300호로 총량 면에서 부족하다. 재개발·재건축 용적률 인센티브를 주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서울지역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에 발표된 서울시 도심 주택공급지 가운데 1000호를 넘는 물량은 4곳에 불과하다. 1500호로 예상된 노후 공공기관 복합화도 면면을 들여다보면 여러 지역에 분산돼 있어 가치가 떨어진다. 이 밖에 500호 이상 1000호 미만은 3곳, 100호 이상 500호 미만은 10곳, 100호 미만 2곳 순이다. 공급이 제때 이뤄진다 해도 무주택 대기 수요를 충족시키기에는 한참 모자란다.
강남 대체지 없다면 재개발·재건축이 답
5월 7일 3기 신도시 최종 후보지 발표 기자회견에서 김현미 국토부 장관의 발언이 상당히 화제가 됐다. 3기 신도시가 강남 대기 수요를 흡수할 것으로 보이느냐는 질문에 “강남이 좋습니까”라고 되받아친 것. 이어 “수도권 어디든 강남만큼 살기 좋은 곳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정리했지만 많은 이가 국토부 장관의 발언에 분개했다.
사실 강남과 같은 업무, 교육, 교통, 편의시설, 녹지 공간 등 각종 인프라를 종합적으로 잘 갖춘 신도시를 만들기란 쉽지 않다. 1·2기 신도시 가운데 벤처기업이 대거 입주해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히는 판교신도시마저 규모 면에서는 강남에 뒤처진다. 신도시 사업을 통해 강남을 대체할 만한 꿈의 도시를 만들 수 없다면 강남으로의 접근성이라도 뛰어난 도시를 만들어야 대기 수요를 분산할 수 있다.
전문가는 대부분 3기 신도시 가운데 이를 만족시킬 만한 곳을 찾기 어렵다고 평가한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 원장은 “그나마 7000호가 들어서는 과천지구가 강남의 대체 수요를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3기 신도시는 서울과 1·2기 신도시 사이에 위치하기 때문에 1·2기 신도시 입주민을 끌어들이는 빨대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기존 신도시 주민들이 반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주택 구매 의사가 높은 30, 40대 직장인의 경우 ‘직주근접’을 우선 요소로 꼽는데, 정부가 3기 신도시 선정 과정에서 이를 외면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고 원장은 “서울 광화문, 강남, 여의도 3도심의 직주근접 지역에 중소형 아파트가 공급돼야 한다. 3기 신도시 공급안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얘기다. 현재 정부가 서울지역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억제하고 있기 때문에 당장 2~3년 후에는 심각한 공급 부족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3기 신도시는 빨라야 5~6년 후 입주가 시작되는데 그 공백을 어떻게 감당할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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