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 창릉 등 3기 신도시 발표 이후 강남 등 서울과 수도권 신도시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서울은 강남4구와 강북 5개구 아파트값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동반상승하며 집값 바닥론이 고개를 드는 반면, 아파트 공급 물량 확대의 직격탄을 맞은 일산 등 신도시는 낙폭이 커지며 주민 반발이 확산하는 모습이다.
9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최근 4주간(5월17~6월7일) 0.05% 하락했다. 3기 신도시 발표 다음주인 지난달 17일 0.02% 하락했지만, 24일 이후 이달 7일까지 3주 연속 낙폭은 0.01%에 그쳤다. 작년 11월 둘째주 이후 반년 이상 하락세를 유지하는 가운데 서울 집값의 바로미터로 통하는 재건축 단지 매매가는 두달 가까이 상승흐름을 유지하는 등 신호가 엇갈리는 상황이다.
특히 지난주(7일)에는 강남 일부 재건축단지의 상승흐름이 강북에도 상륙했다. 성동·강북·도봉·광진·중구 등 강북 5개구 아파트값이 일제히 올랐다. 중구(0.05%)가 가장 많이 상승했고 ▲성동(0.03%) ▲강북(0.02%) ▲도봉(0.01%) ▲광진(0.01%)의 순으로 많이 올랐다. 중구는 신당동 삼성이 500만원 뛰었다. 이들 지역은 잠실5단지가 속한 송파 등 강남 재건축 상승 흐름에서 한발 비켜서 있던 곳이다.
서울 아파트값이 꿈틀거리자 부동산 시장의 ‘국면전환’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대세 하락에 여전히 방점을 두면서도, 상승 전환도 배제하지 않는 분위기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국면 전환의 시그널도 일부 나타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재건축 단지가 8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가고, 강북 5개구가 상승반전하면서 시장의 기류도 조금씩 달라지는 모습이다.
반면, 1~2기 신도시들은 기류가 냉랭하다. 고양 창릉, 부천 대장 등 3기 신도시 발표의 후폭풍을 고스란히 맞고 있다. 일산, 분당, 평촌, 산본, 중동을 비롯해 노태우 정부 때 발표해 지은 지 30년 가까이 되가는 신도시들의 낙폭이 크다. 지난주 산본은 0.10% 떨어져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분당(-0.07%)과 일산(-0.05%) 등 1기 신도시를 대표하는 지역도 많이 떨어졌다.
1~2기 신도시 약세의 배경으로 일각에서는 이른바 ‘카니발라이제이션’ 현상을 지적한다. 고양 창릉, 부천 대장 등 강남과는 멀리 떨어진 신도시가 강남 집값을 오히려 부추기고, 인근 신도시를 ‘잡아먹는’ 역작용이 빚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집값의 펀더멘털을 좌우하는 거시경제 상황 악화도 그 여파가 고스란히 이들 신도시에 미치는 양상이다.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 대비 0.4%하락했다.
3기 신도시 공습에 흔들리는 대표적 신도시가 일산이다. 이 곳은 3기 신도시 발표 후 4주간(5월17일~6월7일) 0.19% 하락했다. 같은 기간 서울의 하락폭(0.05%)을 3배 이상 웃돈다. 정부가 인천 지하철 2호선을 일산까지 연결하는 당근책을 제시했지만 흐름을 뒤집기는 역부족이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신도시를 중심으로 매매가 약세가 심상치 않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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