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5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대외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미래 WTO 협상에서 개도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다만, 농민의 반발을 의식한 듯 “개도국 지위 포기가 아닌 미래 협상에 한한 특혜를 주장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홍 부총리는 이 같은 결정을 내린 이유로 ▲우리나라의 대외적인 위상 ▲개도국 특혜 관련 대외 동향 ▲우리에게 미치는 역량 및 대응 여력 등 세 가지를 꼽았다.
홍 부총리는 “WTO 164개국 회원국 중 G22 및 OECD 국가 중 그리고 국가소득 3만 불 이상을 모두 충족한 국가는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전 세계에 9개 나라에 불과하다”며 “경제적 위상 감안 시 우리가 국제사회에서 개도국으로서 더 이상 인정받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들어 WTO 내에서 선진국뿐 아니라 개도국들도 우리의 개도구 특혜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고,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 위상과 비슷하거나 낮은 싱가포르·브라질·대만 등 다수 국가들이 향후 개도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개도국 특혜에 관한 결정을 미룬다 하더라도 향후 WTO 협상에서 우리에게 개도국 혜택을 인정해 줄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
홍 부총리는 “결정이 늦어질수록 대외적 명분과 협상력 모두를 잃어버리는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개도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더라도 이는 미래 WTO 협상부터 적용된다. 기존 협상을 통해 이미 확보한 특혜는 변동 없이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라며 “당장 농업 분야에 미치는 영향은 없으며 미래의 협상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영향에 대하여 대비할 시간과 여력은 상당히 충분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불러올 파장과 관련해선 “미래의 WTO 농업 협상에서 쌀 등 국내 농업의 민감 분야를 최대한 보호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미래의 WTO 농업 협상 결과 국내 농업에 영향이 발생할 경우 피해 보존 대책을 반드시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우리 농업의 근본적인 경쟁력 제고를 위한 대책을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고자 한다”며 “특히 우리 농업의 경쟁력과 체질 강화는 지금부터 꾸준히 추진해야 할 최우선 과제인 만큼 여기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1995년 WTO 출범 당시 농업 분야에서 개도국 지위를 택했다. ▲농업기반시설 낙후 ▲농가 소득 저하 ▲농산물 가격의 높은 변동성 등이 그 이유였다.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면 농업 분야가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외국산 농산물에 부과하던 높은 관세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 농업 보조금도 줄여야 해서 우리 농산물의 가격 경쟁력이 하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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