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지위 변화, 농업에 직격탄?…“최소 5년간 영향 없어”

  • 뉴스1
  • 입력 2019년 10월 25일 14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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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향후 전개될 세계무역기구(WTO) 협상에서 개발도상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기로 했다. 사실상 개도국 지위를 내려놓겠다는 것으로 앞으로 WTO 다자 협정이 타결되면 농업 분야에 적용하던 관세나 보조금 혜택도 축소될 전망이다.

다만 정부의 이같은 방침이 곧바로 우리 농업에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개도국 특혜는 WTO 협정에만 적용되는 것인데 지난 1986년 우루과이라운드 이후 새로운 농업 협정이 타결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WTO를 통한 다자간 협정에 의지가 없다는 점 등을 이유로 최소 5년간은 우리 농업의 개도국 특혜가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는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WTO 개도국 논의 대응방향’을 발표했다.

이날 정부는 앞으로 있을 WTO 농업 협상에서 더이상 개도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1995년 WTO 가입한 우리나라는 1년 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을 계기로 농업·기후변화 분야에만 개도국 지위를 유지하기로 한 상태다.

정부 발표에 따라 앞으로 우리나라는 WTO 협상 시 개도국 지위를 주장하지 않을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수입 쌀에 대한 513% 관세율 적용, 쌀 직불금제 등 국내 농업 보호 조치도 축소가 불가피하다.

하지만 정부 발표가 개도국 특혜 즉시 포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향후’ 전개될 WTO 농업 협상에서 개도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겠다는 방향성만 제시했다.

개도국 지위는 WTO 내에서만 인정되는 것으로 당연히 특혜도 WTO 국가간 협상에서만 적용된다. 국가 간 자유무역협정(FTA)이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등 기타 협정에는 애초에 개도국 특혜 자체가 없다. 따라서 새로운 WTO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농업 분야에서의 개도국 특혜도 유지된다.

정부가 당분간 농업 분야 개도국 특혜가 유지될 것이라고 밝힌 이유는 WTO 설립 이후 2001년부터 진행된 DDA(도하개발어젠다) 협상에 진전이 없기 때문이다.

DDA는 회원국별 입장차가 상당해 2008년을 끝으로 10여년 넘게 중단 상태다. 따라서 언제 협상이 열릴지는 아직 미지수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향후 개도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기로 했다고 하더라도 WTO 협상에 진전이 없는 이상 우리 농업에 미칠 영향은 적다고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이 WTO보다는 다른 다자간협정을 통해 자유무역을 추구하고 있고 미국 민주당은 자유무역화에 큰 의지가 없다는 미국 내 상황을 근거로 향후 5년간 WTO 농업 협정이 전개될 가능성은 적다고 진단했다.

송영관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개도국 특혜라는 것은 WTO 협정에서만 적용되지만 현재 DDA 논의가 멈춘 상태”라며 “트럼프 대통령 또한 WTO를 통한 자유무역화에 회의적이어서 재선을 가정한다면 향후 5년간 WTO 협상이 재개될 가능성이 적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음 정권을 미국 민주당이 잡는다고 하더라도 (민주당은) 자유무역에 적극적이지 않아 이것을 고려하더라도 WTO 협상 재개 가능성은 적다”고 덧붙였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도 “지금 WTO 상황이 DDA 같은 새로운 협상이 시작되기 어렵다”며 “WTO를 이끌어온 미국 등 구심세력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정부는 향후 농업 협상에서 개도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기로 한 대신 국내 농업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공익형 직불제 도입 등 각종 지원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지금 우리 경제는 GDP 규모 세계 12위, 수출 세계 6위, 국민소득 3만불 등 이미 선진국 반열에 오를 정도로 발전했다”며 “경제적 위상을 감안할 때 우리가 국제사회에서 개도국으로 더 이상 인정받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정부는 미래에 WTO 협상이 전개되는 경우에 우리 농업의 민감분야는 최대한 보호할 수 있도록 유연성(flexibility)을 협상할 권리를 보유·행사한다는 전제하에 미래 WTO 협상에서 개도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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