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 오류 배당 사고를 계기로 실제 존재하지 않는 ‘유령주식’이 시중에 버젓이 유통될 수 있다는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과 증권 유관기관들은 “매일 주식시장 마감 후 주식 수량을 점검하기 때문에 가상 주식의 거래를 막을 수 있다”고 단언하지만 장중 매매되는 유령주식을 적발할 장치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11일 금융투자업계와 증시 전문가들에 따르면 현행 주식매매 시스템으로는 실제 존재하지 않는 주식이 몰래 발행돼 유통되는 것을 막을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투자자들이 우려하는 것처럼 시장을 교란하는 ‘검은손’들이 유령주식을 유통시켜 부당 이득을 취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이번 사태로 증권사가 마음대로 주식 수를 늘릴 수 없을 것이라는 시장의 믿음이 깨졌다. 6일 삼성증권이 잘못 배당한 주식은 전산상으로 실물로 인식돼 500만 주 이상 거래됐다.
이런 일이 가능했던 것은 유령주식의 발행을 실시간 감시할 시스템이 없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와 한국예탁결제원, 각 증권사는 장 마감 후 거래 명세와 주식 잔액을 확인해 주식 수량이 맞는지 점검한다. 가량 장중 유령주식 5만 주를 처분한 뒤 3만 주만 사들인다면 장 종료 후 적발될 수 있다. 하지만 5만 주 모두를 다시 사들여 소각해버리면 이를 확인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증권사들이 법으로 금지된 ‘무차입 공매도(주식을 빌려놓지 않고 파는 것)’를 몰래 해왔을 것이라는 의혹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한 시장 전문가는 “그동안 이 같은 거래가 없었는지 감독당국의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유령주식 발행 여부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것도 여의치 않다. 주식이 투자자 계좌에 등록된 뒤에는 정상적인 증권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물량이 대량으로 나와 주가가 급변했을 때 이를 모니터링하는 방법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다.
그나마 대안으로 제시되는 것이 ‘착오거래 취소 시스템’이다. 일본은 상장 주식의 10%를 초과한 거래가 실수로 이뤄졌을 때 거래소가 이를 직권으로 정지 또는 취소할 수 있도록 했다. 미국과 영국도 거래소의 심사를 거치거나 매매 당사자의 합의로 거래를 되돌릴 수 있는 제도를 갖추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주식거래 시스템의 허점을 개선하기 위해 현장 검사에 착수했다. 금융감독원은 11일 삼성증권의 내부통제 시스템 점검을 시작한 데 이어 12일부터는 우리사주조합을 운영하는 15개 상장증권사(삼성증권 제외)의 배당 시스템도 들여다본다. 금융당국은 이르면 다음 주 주식매매 시스템 개선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한편 이날 삼성증권은 6일 삼성증권 주식을 매도한 개인 투자자 전원에게 피해 보상을 하겠다고 밝혔다. 잘못 배당된 주식이 처음 매도된 오전 9시 35분 이전에 삼성증권을 갖고 있었고, 장이 끝나기 전에 주식을 판 모든 투자자들이 보상을 받는다. 당일 최고가인 3만9800원과 매도 가격의 차액만큼 받을 수 있다. 매매 수수료와 세금 등 관련 비용도 삼성증권에서 부담하기로 했다. 손실을 보상받으려면 삼성증권 홈페이지나 각 지점 업무창구를 통해 피해를 접수시켜야 한다. 11일 오전 11시 현재 접수된 피해 사례는 총 591건이다.
삼성증권은 “아직 국민연금 등 연기금 기관투자가들의 피해 사례는 접수되지 않았다”며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를 먼저 보상한 뒤 기관의 피해 접수가 있으면 보상 기준을 추가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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