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사 상당수가 발행되지 않았거나 발행 주식 수를 초과하는 ‘유령 주식’이 입고되는 것을 막는 장치를 갖추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112조 원어치의 유령 주식이 잘못 입고된 삼성증권 배당 사고가 다른 증권사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금융당국은 이런 허점을 보완하기 위해 증권사 전산시스템을 개선하기로 했다.
금융감독원은 삼성증권 배당 오류 사고 이후 약 한 달간 32개 증권사와 코스콤의 주식 매매 및 내부통제 시스템을 점검해 이 같은 내용의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점검 결과 증권사들의 주식 입고 시스템은 허점투성이였다. 고객이 주식 실물을 입고하면 예탁결제원이 증권의 진위를 확인하기도 전에 해당 주식을 시장에 매도하는 것이 가능했다. 도난, 위조 등 이른바 사고가 난 주식이 아무런 제한 없이 시중에 풀릴 수 있다는 의미다.
또 총 발행 주식 수를 초과하는 주식이 전산시스템에 입력돼도 이를 걸러낼 장치가 없었다. 주식 대체 입출 및 출고 과정에서도 일부 증권사는 수작업으로 주식 수량 등을 입력하고 있어 유령 주식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었다.
대량의 주식을 주문할 때 입력 실수 등을 막을 시스템도 갖추지 않았다. 현행 규정상 고객이 직접주문접속(DMA)으로 매매할 때 주문 금액이 30억∼60억 원 규모로 크거나 상장주식의 1∼3%를 거래할 때는 경고 메시지를 띄워야 한다. 주문 금액이 60억 원을 초과할 때는 주문을 보류해야 한다. 하지만 일부 증권사는 이런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 해외주식 거래는 아예 이 규정에서도 제외돼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각 증권사에 연말까지 내부통제 시스템을 개선하라고 지시했다. 우선 발행 주식 수를 초과한 주식이 입고되는 것을 차단하는 장치가 전산시스템에 새로 마련된다. 또 실물 주식은 예탁결제원과 증권사가 확인하기 전에는 매도를 금지하고, 주식 대량매매(블록딜) 때는 증권사 책임자의 승인 절차를 거치도록 했다.
김도인 금감원 부원장보는 “내년 1분기(1∼3월) 안에 모든 증권사를 대상으로 주식 매매 및 내부통제 시스템 개선 결과를 재점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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