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식회계 의혹 관련 증거인멸을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 김태한 대표의 구속 심사가 6시간30분 동안 진행됐다. 다른 삼성 임원들의 심사는 아직 진행 중이다.
김 대표는 24일 오전 10시30분에 서울중앙지법 송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열리는 증거인멸교사 등 혐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했다.
김 대표의 심사는 이날 오후 5시께 마무리되면서 6시간30분 가량 진행됐다. 오후 1시를 넘겨 점심시간 무렵에 한 차례 휴정했고, 김 대표 심사가 끝나면서 잠시 휴정됐다. 함께 구속영장이 청구된 삼성전자 사업지원TF 김모 부사장과 삼성전자 박모 부사장은 아직 심문이 진행 중이다.
검찰은 이날 김 대표의 증거인멸 지시 혐의와 관련해 프레젠테이션(PPT)을 준비해 구속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의 지위와 역할 등에 비춰 구속 수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또 바이오로직스와 자회사 바이오에피스 등 임직원들이 구속된 상황에서 책임자급인 김 대표와의 형평성 문제 등도 주장했다.
반면 김 대표는 검찰 조사 때와 마찬가지로 혐의를 모두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신은 몰랐으며 분식회계 관련 자료를 은닉·폐기하도록 지시하지 않았다는 취지다. 바이오로직스 공장 바닥에 숨겨진 서버와 노트북 등과 관련해서도 모른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김 대표 측은 불구속 수사 원칙을 강조하면서 바이오 사업의 특수성 등을 피력했다. 김 대표는 최후진술에서 “광범위한 증거인멸이 있었다는 점을 뒤늦게 알고 굉장히 놀랐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과 김 대표 측의 입장 차가 첨예하고 심사에 상당한 시간이 걸린 만큼, 구속 여부는 이날 밤늦게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김 대표 등은 이날 오전 심사에 출석하면서 ‘윗선의 지시를 받았는지’ 등을 묻는 기자들 질문에는 모두 침묵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송경호)는 지난 22일 김 대표 등 이들 3명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대표는 지난 19일부터 사흘간 연속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그는 조사 과정에서 증거인멸을 지시하지 않았다며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이를 숨기기 위해 삼성이 그룹 차원에서 광범위하고 조직적인 증거인멸에 나섰다고 의심하고 있다.
특히 바이오로직스와 자회사인 바이오에피스의 증거인멸과 관련해 미래전략실(미전실)의 후신으로 평가받는 삼성전자 TF에서 이를 지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그 수뇌부인 삼성전자 사업지원TF 정현호 사장도 조만간 소환조사될 전망이다.
검찰은 이날 수사에 대비해 바이오로직스 공용서버를 빼돌리고, 직원들의 컴퓨터 및 휴대전화에 담긴 자료를 삭제하는 등 증거를 인멸한 혐의로 바이오로직스 보안 실무 담당 직원 안모씨도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지난 5일 안씨를 체포해 조사하면서 공용서버 은닉과 관련된 진술을 확보하고 압수수색에 나섰다. 이후 지난 7일 노트북 수십여 대와 다수의 대용량 서버 등 관련 자료들이 바이오로직스 공장 바닥 마루 밑에 숨겨져 있는 정황을 확인하고 이를 압수했다.
아울러 검찰은 지난 11일 증거인멸교사 등 혐의로 삼성전자 사업지원TF 백모 상무와 보안선진화TF 서모 상무를 구속해 수사 중이다. 이번에 구속영장이 청구된 김 부사장과 박 부사장은 이들의 윗선으로 알려졌다.
또 바이오에피스 양모 상무와 이모 부장를 지난 17일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바이오에피스 측이 지난해 수사에 대비해 ‘부회장 통화결과’ 폴더 내 파일 등 2100여개의 파일을 삭제한 정황을 포착했다. 검찰은 삭제된 파일의 ‘부회장’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뜻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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