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감리 자료 압수 않도록 조치” 에피스에 지시
삭제확인 위해 보안선진화TF 임직원 바이오 보내기도
삼성전자 사업지원TF가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분식회계와 관련한 증거인멸 작업을 직접 지시하고 점검까지 나서는 등 전방위적으로 주도한 정황이 드러났다. 사업지원TF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해체된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을 대체해 신설된 조직으로 알려져 있다.
2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입수한 삼성바이오에피스(에피스) 양모 상무와 이모 부장의 공소장에 따르면 사업지원TF는 2018년 5월 검찰의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 수사가 가시화되자 관련 자료 삭제 지시를 본격화했다.
당시 사업지원TF로부터 자료 삭제 지시를 받은 양 상무는 경기도 수원시 에피스 회의실에서 재경팀 소속 과장급 이상 직원들에게 ‘금감원의 감리 결과가 나왔고 검찰 수사가 있을 예정이다. 감리와 관련된 자료를 정리해 압수되지 않도록 조치하라’는 취지로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때 양 상무는 직원들이 혐의와 관련된 자료들을 빠짐없이 삭제할 수 있도록 ‘바이오젠, 지분, 콜옵션, 상장, 부회장, 미래전략실, 합병, 지분매입, 경영수첩’ 등 삭제 대상 키워드를 제시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재경팀 소속 한 직원은 당시 인천시 연수구에 있는 에피스 사무실에서 자신의 업무용 컴퓨터에 영구 삭제 프로그램인 ‘QNA’를 설치해 보관하고 있던 관련 자료 및 이메일을 삭제했다.
그는 2018년 7월 말까지 삼성바이오 재경팀 공용폴더에 저장돼 있던 ‘부회장 통화결과’ 폴더 내 ‘전화통화 결과’, ‘바이오시밀러 개발社 상장 현황’ 폴더 내 ‘바이오시밀러 개발사 상장 現況’, ‘바이오에피스, 상장계획 공표 방안’ 폴더 내 ‘바이오에피스 상장계획 공표 방안’ 등 ‘상장(IPO) 및 지분구조 관련’ 폴더 및 하위 폴더에 있는 1GB 상당 파일 2156개를 삭제한 것으로 파악됐다.
다른 재경팀 소속 과장급 이상 직원들도 2018년 5월부터 7월까지 이같은 방법으로 자신들이 사용하던 컴퓨터에서 보관하던 관련 파일을 삭제했다고 한다.
사업지원TF는 삼성바이오가 지시에 따라 자료 삭제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삼성그룹 IT 보안 전문 조직인 보안선진화TF 소속 임직원을 삼성바이오로 보내 직접 점검하기도 했다.
이에 2018년 8월 하순 양 상무와 이 부장은 삼성바이오에 파견된 보안선진화 소속 서모 상무 등 직원들과 함께 인천 송도 삼성바이오 정문 1층 미팅룸에서 각 직원의 컴퓨터에 전문 검색 프로그램을 이용해 ‘VIP, JY, 부회장, 미래전략실, 사업지원TF, 전략1팀, 실장, 지분, 지분매입, 재매입, 오로라, Opt-in, 콜옵션, 상장, 나스닥, IPO, 합병, 감리, 경영수첩, 중장기, 운영’ 등 키워드 검색을 통해 발견된 파일과 컴퓨터에 저장된 이메일 파일을 영구 삭제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에피스 대표이사를 비롯한 점검 대상 직원들 개인 휴대전화를 제출하게 해 휴대전화에서 사용한 SNS와 이메일, 인터넷 검색기록 등을 점검해 ‘콜옵션, JV, 사업지원TF, 합병, JY, 부회장’ 등 관련 내용이 있는 경우 이를 삭제했다고 한다.
아울러 휴대전화 데이터 및 동기화 기능 차단 조치로 에피스 내부 정보가 외부 서버로 자동 저장될 가능성까지 막고 삼성페이 프로그램, 위치 동기화 기능 등을 삭제해 개인 동선도 파악하지 못하도록 한 것으로 파악됐다.
2018년 6월~8월까진 경기도 수원시 에피스의 4층 회의실과 인천시 에피스 정문 경비동 1층 미팅룸에서 각각 5회에 걸쳐 반복적으로 키워드 검색 등 방법을 통해 에피스 대표이사를 비롯한 총 30여명의 컴퓨터와 휴대전화에 저장된 삼성바이오의 부실공시 및 분식회계 혐의 관련 증거를 삭제했다고 한다.
한편 검찰은 최근 증거인멸과 관련해 고위급 임원들을 구속한데 이어 삼성바이오에가 에피스에 대한 회계처리 기준을 변경해 금융권에 수조원대 대출을 받은 데 사기 혐의 적용을 검토하는 등 본류인 분식회계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하고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