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혐의를 받는 김태한 삼성바이오 대표가 또다시 구속 위기에서 벗어났다. 지난 5월 증거인멸 혐의와 관련해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후 두 번째다.
김 대표와 함께 영장심사를 받은 삼성바이오 최고재무책임자(CFO)인 김모 전무와 경영혁신팀장인 심모 상무에 대한 영장도 모두 기각됐다.
김 대표 등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 사건의 핵심 관계자들에 대한 신병 확보에 실패하면서 이번 사건의 본류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로 향하던 검찰 수사에도 일단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명재권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0일 김 대표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하고 21일 오전2시30분께 “주요범죄 성부에 다툼이 있고, 증거가 수집돼 있는 점, 주거 및 가족단계 등에 비춰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명 부장판사는 김 전무에 대해 “수사에 임하는 태도”를, 심 상무와 관련해선 “피의자의 지위와 관여정도, 초범인 점”을 각각 추가해 김 대표와 같은 취지로 기각 결정을 내렸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송경호)는 지난 17일 김 대표에게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과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증거인멸교사 등 4개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전무와 심 상무에 대해서는 자본시장법 위반과 외감법 위반 혐의 2가지만 적용해 영장을 청구했다. 심 상무는 분식회계 당시 삼성바이오에서 재경팀장을 맡았다.
이들은 2015년 12월 삼성바이오가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이하 삼성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회계처리 기준을 바꿔 4조5000억원가량의 장부상 평가이익을 얻게 하는 분식회계 처리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또 금융감독원에 감리를 받을 당시 허위자료를 제출하고 삼성바이오를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하면서 분식회계 자료를 낸 혐의도 받는다.
김 대표와 김 전무는 자사주를 개인적으로 사들이고 해당 매입 비용을 회사로부터 돌려받는 등 회삿돈 수십억원을 유용한 혐의도 있다. 횡령액은 김 대표와 김 전무가 각각 30억, 10억원인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은 삼성이 2015년 9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이후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벌인 합병의 ‘정당성’을 주장하기 위해 같은 해 12월 제일모직 자회사였던 삼성바이오의 가치를 부풀리는 분식회계를 저질렀다고 의심하고 있다.
제일모직 최대주주였던 이 부회장에게 유리한 합병비율인 1(제일모직) 대 0.35(옛 삼성물산)가 ‘사기’였다는 게 드러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일환이었다는 것이다.
이들에 대한 영장이 기각됨에 따라 검찰은 그동안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분식회계 관련 증거물과 관련자 진술 등을 분석해 김 대표에 대한 영장 재청구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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