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바 분식회계 과정서 증거인멸 혐의
"회계부정 아니라고 볼 수밖에 없다"
검찰 "사건 관련성 인정에 문제 없어'
4조5000억원대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 분식회계 의혹 관련 증거인멸을 지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삼성 임원 측이 “회계처리가 승계작업이나 합병 불공정을 정당화하려 한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은 오는 25일부터 정식 재판을 시작할 예정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판사 소병석)는 18일 증거인멸교사 등 혐의로 기소된 삼성전자 재경팀 소속 이모(56) 부사장, 김모(54) 사업지원 TF부사장, 박모(54) 부사장 등 8명에 대한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김 부사장 측 변호인은 “(증거인멸 사건은) 부정한 회계가 이뤄졌다는 사실과 관련성이 있어야 하는데 일단 회계부정이 아니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마찬가지로 검찰이 특정하는 ‘회계처리가 승계작업이나 합병 불공정을 정당화한다’는 전제는 사실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앞서 김 부사장 등은 증거인멸 및 교사의 전제가 된 타인의 형사사건이 무죄로 판단될 경우 증거인멸 및 교사 혐의가 법리적으로 유죄로 인정될 수 없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검찰이 아직 수사 중인 삼바 분식회계 사건이 무죄로 결론 날 경우 분식회계를 감추기 위해 증거인멸 및 교사를 했다는 범죄도 성립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어 변호인은 “증거인멸 관련성 측면에서 보면 회사 내부 자료는 거의 다 관련 있다고 볼 수 있다”면서 “회계부정 내용, 삭제자료 내용, 회계부정과 관련성 등이 공판기일에서 충분한 심리가 이뤄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반면 검찰은 “증거인멸죄 자체가 인멸된 증거를 일일이 다 특정하기 어려운 특성이 있다”며 “김 부사장 등도 회사 차원의 수사가 개시된다는 것을 알고 관련 일체 자료를 지웠고, 특히 특정 키워드를 통해 삭제하기도 해 사건 관련성을 인정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소사실만 봐도 충분히 검찰이 어떤 부분을 수사하려고 하고, 김 부사장 등이 어떤 부분 때문에 수사를 방해하려고 자료를 지웠는지 알 수 있다”면서 “이 사건을 축소하려는 변호인 주장의 취지는 이해하나 어쨌든 본죄(분식회계 사건)의 유·무죄는 증거인멸죄와 무관하다”고 밝혔다.
양측의 의견을 들은 재판부는 “언제까지 특정 문제를 갖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며 “법원이 여러 가지를 고려해서 관련성 여부를 판단할 문제라서 구체적 문제를 지적하는 쪽으로 변론해주면 나중에 결과적으로 판단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부사장 등의 1차 공판은 오는 25일 오전 10시에 진행될 예정이다. 아울러 다음달 28일 결심 공판을 진행한 뒤 재판을 종결할 계획이다. 다만 재판부는 분식회계 사건을 연계해 선고기일을 정할지 여부는 고민 후에 정하겠다고 밝혔다.
이 부사장은 지난해 5월5일 삼성전자 서초 사옥에서 김태한 삼바 대표 등 삼성 고위 임원들과 함께 회의를 열고, 분식회계 관련 증거인멸을 논의한 뒤 이를 지시했다는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김 부사장 등도 삼바의 분식회계 과정을 숨기기 위해서 실무진에게 증거를 인멸하거나 숨기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 회의 직후 삼성전자 사업지원 TF의 주도로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증거인멸 작업이 시행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사업지원 TF의 지시 이후 임직원들은 삼바와 바이오에피스 직원들의 파일과 이메일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뜻하는 ‘JY’, ‘미전실(미래전략실)’, ‘합병’ 등의 키워드가 담긴 자료를 삭제한 것으로 전해졌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