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중심에 있는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 중 절반 이상을 이미 확보했다고 롯데그룹이 29일 밝혔다. 또 한·일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광윤사가 일본롯데 홈페이지에서 사라지는 등 롯데그룹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 광윤사, 일본롯데 홈페이지에서 사라져
이날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 회장은 지분 중 19.1%와 신 회장 편으로 알려진 일본 롯데홀딩스 우리사주 지분 12%에 이어 개인 주주들의 지분까지 얻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광윤사 지분(27.65%)과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지분(19.1%)을 제외한 나머지 지분을 가졌다는 얘기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한국 롯데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호텔롯데의 지분 19.07%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그 위에는 광윤사가 있다. 광윤사의 주식은 4만 주로 알려져 있는데, 4만 주의 가치는 약 4771억1000만 엔(약 4조4800억 원)이다.
그런데 한국과 일본 양쪽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으로 알려진 광윤사가 최근 일본 롯데그룹 홈페이지에서 사라졌다. 29일 본보 확인 결과 일본 롯데그룹은 일본어 홈페이지에서 그동안 일본 내 그룹 회사로 소개했던 광윤사를 삭제했다. 한국어와 영어 서비스에는 광윤사가 여전히 일본 내 그룹 회사로 소개돼 있다. 연합뉴스는 이에 대해 “광윤사 관계자는 광윤사가 롯데그룹에 속한다고 설명했으나, 일본 롯데 홍보담당자는 현 시점에서는 롯데그룹에 속하지 않는다고 엇갈리게 반응했다”고 보도했다.
광윤사는 자사 주식을 양도 행위로 취득하려면 주주나 취득자가 이사 과반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고 제한하고 있다. 또 롯데나 롯데홀딩스 등 일본 내 다른 계열사는 주식을 양도하려면 이사회의 승인을 얻으라고 규정하고 있다. 광윤사는 신격호 총괄회장, 장남인 신동주 전 부회장과 차남 신동빈 회장, 감사 한 명이 이사로 등재돼 있으며 대표이사는 신 총괄회장으로 돼 있다. 국내의 한 애널리스트는 “광윤사가 일본 내 그룹 회사에서 빠졌다면 지분 구조에 변화가 생겼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진은 ‘친(親)신동빈파’
15일 신동빈 회장을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로 선임하고, 28일엔 일본 롯데홀딩스의 대표이사 회장으로 있던 신격호 총괄회장을 사실상 퇴진시키는 등 신 회장에게 힘을 실어준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회 구성원은 누구일까.
본보가 일본 롯데홀딩스로부터 이사회 참석자 7명의 임원 명단을 입수해 보니 신 총괄회장과 신 회장,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 사장을 제외한 나머지 4명의 임원 중 대부분이 ‘친신동빈파’인 것으로 확인됐다.
신 총괄회장과 신 회장, 쓰쿠다 사장에 이어 ‘넘버 4’로 통하는 인물은 고바야시 마사모토(小林正元) 한국 롯데캐피탈 사장이다. 고바야시 사장은 롯데캐피탈이 2003년 카드 사태로 어려움에 빠졌을 때 롯데캐피탈에 합류했다. 신동빈 회장으로부터 능력을 인정받은 고바야시 사장은 2011년 2월 신 회장이 부회장에서 회장으로 승진하며 그룹의 ‘내각’을 짤 때 롯데캐피탈 대표이사 사장으로 발탁되기도 했다.
일본 롯데상사의 영업본부장인 고초 에이이치(牛장榮一) 이사도 이사회 멤버 중 한 명이다. 고초 이사는 최근 신 회장의 일본 롯데 경영을 지지하는 구호인 ‘원 롯데 원 리더’를 실행했다. 이달 초 올해 가을 경영 계획 발표 자리에서 “한국 롯데와 일본 롯데의 제휴를 강화하기 위해 한국 롯데 상품을 일본 내에서도 판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일본 롯데홀딩스에서 껌 제품을 담당하는 가와이 가쓰미(河合克美) 상무이사(최고마케팅책임자·CMO)와 아라카와 나오유키(荒川直之) 이사 등 나머지 2명도 ‘신 회장파’로 통한다.
○ 롯데홀딩스 지분 과반을 확보한 신 회장
롯데그룹은 “신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의 상황을 추스르기 위해 일본에 더 머물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신 회장은 한국과 일본의 롯데 임직원들에게 “롯데의 기업가치가 개인의 가족 문제로 흔들려선 안 된다. 한마음으로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이 같은 자신감은 신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 중 절반 이상을 이미 확보했기 때문이라는 게 롯데 측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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