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흔들리지 말라”… 귀국 하루만에 韓-日 동시 ‘세과시’

[롯데그룹 후계 분쟁]‘도쿄 8일 구상’ 실행 나서

사장단 友軍 얻은 신동빈 신입사원들과 점심 식사 롯데그룹 사장단이 4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회의를 열고 신동빈 회장을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한 뒤 그간의 혼란을 사과하는 뜻에서 국민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위 사진). 신 회장은 이날 경기 오산시 롯데인재개발원에서 신입 사원들과 점심을 함께 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롯데그룹 제공

4일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준비한 ‘8일간의 도쿄 구상’이 한일 양국에서 동시에 발현된 날이었다. 신 회장은 일본에 머물 때도 계열사 대표들에게 사태 해결에 대한 자신감을 전하며 조직을 추스른 것으로 밝혀졌다.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이 한국에서 아버지인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을 내세워 폭로전을 이어갈 때, 승기를 잡을 전략을 치밀히 준비한 것이다. 이를 실천하는 데에는 귀국 후 만 하루가 걸리지 않았다.

○ 신동빈, 사장단 충성 맹세 전 3개 지침 내려

신 회장은 일본에 머물 당시 그룹 정책본부를 통해 계열사 대표들에게 3가지 지침을 내렸다. 정책본부는 그룹의 사업을 총괄한다. 첫 번째 지침은 ‘경영권 분쟁 사태는 법적으로 원만히 해결될 것’이다. 신 회장이 한국롯데를 책임지는 것은 물론이고 일본롯데를 맡게 된 일도 모두 문제가 없다는 사실을 강조한 것이다. 설사 법정 소송 등 다툼이 격화되더라도 패할 일이 없다는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하다. 이에 흔들리지 말고 ‘계열사별로 각자 위치에서 성과 창출에 힘쓰라’는 것이 두 번째 지침이다. 백화점 대형마트 아웃렛 등 유통업은 롯데그룹의 핵심 사업이다. 올해 상반기에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여파로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았다. 7월 들어 소비가 살아날 조짐이 보이는 상황에서 롯데의 ‘오너 리스크’가 터졌다.

세 번째는 ‘롯데라는 브랜드의 이미지가 손상되는 것을 막는 데 역량을 집중하라’는 것이다. 이번 경영권 분쟁으로 롯데는 기업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불매 운동도 벌어지고 있다. 결국 신 회장은 브랜드 가치 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단 선언을 내부에 전하면서 결속을 다졌다.

○ 계열사 사장들, 오너가 분쟁에 공개 가세

신 회장의 도쿄발(發) 메시지가 도착하던 시기에 한국 롯데 계열사 대표들은 신 회장에 대한 공고한 지지를 밝히기로 뜻을 모았다. 4일 롯데그룹 사장단의 ‘신동빈 회장 지지’ 성명을 대표로 발표한 노병용 롯데물산 대표는 “신동주 전 부회장이 신격호 총괄회장의 지시서를 공개하며 여론전에 나선 이후부터 계열사 대표들끼리 성명 발표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보수적인 롯데그룹의 계열사 대표가 단체 행동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계열사 대표들이 상황을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과 함께 신 회장의 지지 기반이 탄탄함을 보여 준다.

계열사 대표들은 신 회장 지지 성명에서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을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신 부회장 측이) 사실과 상식에 반하는 일들로 국민과 그룹에 걱정을 초래한 현재 상황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한다’고 밝혔다. 최근 사례로 사실상 감금 상태에서 신 총괄회장에게 신동빈 회장을 비난하는 글을 읽게 한 일, 신동빈 회장이 귀국한 뒤 신격호 총괄회장에게 쫓겨났다는 신선호 산사스 회장의 거짓 증언 등이 꼽힌다. 이날 성명 발표는 당초 예정 시간인 오전 11시에서 40분가량 늦어졌다. 참석했던 계열사 대표는 “신 전 부회장에 대해 좀 더 강한 표현으로 비난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어서 조정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고 전했다.

계열사 대표들의 지지 목소리가 높아 가던 때 신동빈 회장은 이날 경기 오산시 롯데인재개발원을 찾아 연수 중인 신입 사원들을 격려했다. 신 회장은 “이번 사태는 롯데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진통”이라고 강조했다. 재계 관계자는 “자신이 말단 사원부터 사장까지 그룹 전체를 아우르는 명실상부한 리더임을 알리는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한우신 hanwshin@donga.com·김범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