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후계 분쟁]“해외계열사 부실 공시땐 총수 고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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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공정거래법 개정 나서기로… 기존 순환출자는 자율 해소 유도
최경환 “롯데 지배구조-자금 살필것”

공정거래위원회, 금융감독원, 국세청에 이어 정치권까지 나서 경영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롯데그룹 신씨 일가를 압박하고 나섰다. 해외 지분 현황 등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으면 그룹 총수를 검찰에 고발한다는 방침이다.

6일 열린 새누리당과 정부의 당정협의의 핵심은 대기업 총수가 해외 계열사 현황을 투명하게 밝히도록 정보 공개 공시를 의무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총수가 해외 계열사의 동일인(총수) 관련자 지분 현황, 해외 계열사의 국내 출자 현황 등을 공시토록 한다’는 조항을 공정거래법에 추가할 계획이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해외 계열사 현황을 공시하지 않거나 허위로 공시한 대기업 총수에 대해 공정거래법상 과태료를 부과하고 공정거래위원회가 총수를 검찰에 고발할 수 있게 된다. 이 경우 일본의 지주회사가 한국 계열사를 장악하고 있는 롯데그룹의 지분 구조를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당정은 보고 있다.

지금도 롯데그룹 지배 구조의 최정점에 있는 광윤사(光潤社)나 롯데홀딩스가 호텔롯데의 지분을 얼마나 갖고 있는지 정도는 알려져 있다. 문제는 광윤사나 롯데홀딩스에 신격호 일가는 물론 관계자 지분이 얼마나 있는지 투명하게 밝힐 수 있느냐는 것이다. 광윤사나 롯데홀딩스는 비상장사이기 때문에 일본 당국도 지분 구조를 모르고 있다. 롯데그룹은 정부에 어느 선까지 협조할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롯데그룹 고위 관계자는 “최소한 신격호 총괄회장이나 신동빈 회장이 검찰에 출두하는 상황은 막아야 하기 때문에 대처 방안을 고민 중”이라며 “기업 이미지 쇄신 차원에서 ‘리셋(reset)’ 하는 기회를 찾으려고 한다”고 밝혔다.

한편 당정은 순환출자에 대해서는 당초 예상됐던 대로 제한 대상을 확대하지는 않기로 했다. 새누리당 김정훈 정책위의장은 당정협의 후 기자회견에서 “기존 순환출자 해소는 경제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기업 활동에 부담을 줄 우려가 크다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했다”고 밝혔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세제발전심의위원회에 참석해 “롯데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경영권 다툼을 벌여 매우 실망스럽다”며 “필요하면 불투명한 기업 지배구조와 자금 흐름을 관계 기관이 엄밀히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김범석 bsism@donga.com·홍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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