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경영-가족 혼동해선 안돼”… 지배구조 개선 가속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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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日롯데 주총 완승]
원톱 굳힌 ‘15분 주총’

17일 일본 롯데홀딩스의 임시 주주총회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분 경쟁에서 명실상부한 ‘원 리더’임을 보여줬다. 이로써 ‘신격호의 롯데’가 가고 ‘신동빈의 롯데’가 열렸다. 특히 신동빈 회장은 ‘법과 원칙’을 선언함으로써 8개월간의 경영권 분쟁이 사실상 종식됐음을 선언했다.

○ 아버지 승인 없이 법과 원칙으로 ‘원 리더’

日롯데 주총 ‘철통 보안’ 17
일 오전 일본 롯데홀딩스의 주주총회가 열린 일본 도쿄 데이코쿠 호텔 통로에서 보안요원들(왼쪽 남성들)이 출입을 통제하는 가운데 
한일 양국 기자들이 주총 참석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日롯데 주총 ‘철통 보안’ 17 일 오전 일본 롯데홀딩스의 주주총회가 열린 일본 도쿄 데이코쿠 호텔 통로에서 보안요원들(왼쪽 남성들)이 출입을 통제하는 가운데 한일 양국 기자들이 주총 참석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롯데그룹은 당초 이번 주총의 안건이 ‘사외이사 선임’과 ‘지배구조 개선’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당일 공개된 두 번째 안건은 ‘법과 원칙에 의거하는 경영에 관한 방침의 확인’이었다. 이에 대해 롯데그룹은 “신동빈 회장이 지난달 15일 롯데홀딩스 대표로 선임된 것을 법적으로 재신임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2일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은 영상을 통해 “둘째아들 신동빈을 한국롯데 회장, 한국 롯데홀딩스 대표(일본 롯데홀딩스를 잘못 표현)로 임명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후계자 지명권을 갖고 있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당시 발언은 신동빈 회장을 경영에서 완전히 배제하겠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신동빈 회장은 17일 ‘법과 원칙’을 내세움으로써 아버지의 승인과 무관하게 롯데를 승계했음을 명확히 했다. 그가 주총 발표문에서 “롯데그룹은 임원들의 취임과 해임에 대해 모두 이사회와 주주총회 등 적법한 절차를 거쳐서 결정해왔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는 또한 형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이 7월 27일 아버지를 앞세워 신동빈 회장 등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 6명을 해임하려던 시도 역시 법적으로 무효임을 재확인하는 절차다. 롯데그룹은 ‘입장 자료’에서 “주주 의지를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전삼현 숭실대 교수(법학)는 “법과 원칙을 강조한 신동빈 회장의 논리는 경영권만큼은 신동주 전 부회장이 공격할 수 없음을 강조한 것”이라고 말했다.

○ 친족의 경영 참여 차단


이번 주총은 그동안 신동빈 대 친족 구도였던 경영권 분쟁의 전선을 정리하고 친인척의 개입을 차단하겠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신동빈 회장은 발표문에서 “이번 주총은 최근에 일어난 일련의 사건을 계기로 사태의 조기 해결과 재발 방지를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영과 가족의 문제를 혼동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이는 그동안 신동주 전 부회장 편에서 자신을 흔들었던 삼촌 신선호 일본 산사스 사장, 누나 신영자 롯데재단 이사장 등 친족 그룹의 경영 개입을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지분 경쟁에서 우위를 확인한 만큼 경영 개입의 법적 근거가 없는 친족들은 이제 후선으로 물러나라는 것이다. 롯데그룹도 17일 “(주총에서) 준법 경영을 결의한 것은 기업과 가족을 확실히 분리하겠다는 의지의 확인”이라며 “가족이나 외부의 힘, 개인적인 지시나 의견에 경영 전반이 흔들리는 상황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주주 결의”라고 밝혔다.

○ 신동빈식 개혁 급물살 예고

롯데그룹 내부에선 이번 주총을 계기로 신동빈 회장이 밝힌 지배구조 개선 등 일련의 개혁 방안이 빠르게 추진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신동빈 회장도 “(사외이사인) 사사키 도모코(佐佐木知子)의 취임으로 열린 경영을 한층 더 가속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개혁 방안의 최우선 순위로는 호텔롯데 상장이 꼽힌다. 신 회장은 11일 대국민 사과문 발표 시 “한국 롯데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호텔롯데를 상장하겠다”고 약속했다. 호텔롯데 상장은 그룹 내 상호출자 해소,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과도 연결돼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롯데홀딩스 주주들이 ‘투명성이 높은 준법 경영을 계속해서 철저히 추진하기를 희망한다’며 신 회장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힌 것은, 신 회장이 추진하는 호텔롯데 상장도 지지한다는 의미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롯데홀딩스 외에 다른 계열사의 사외이사 선임도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신동빈 회장은 최근 “투명 경영을 위해 자산 5000억 원 이상의 계열사는 비상장사라도 무조건 사외이사를 두라”고 지시했다. 이 밖에 그간 경영권 분쟁으로 지연돼 왔던 각종 투자 사업 등도 정상 궤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한편 17일 당일 아침까지도 주총 시간과 장소가 공개되지 않아 다시 한 번 롯데의 폐쇄성이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한우신 hanwshin@donga.com·손가인 기자
#신동빈#롯데#지배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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