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후계 경쟁에 나섰던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17일 주주총회를 속수무책으로 지켜보기만 했다. 신 전 부회장이 아버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위임장을 공개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었지만 신 회장의 완승으로 싱겁게 끝나고 말았다.
이번 주총은 신 총괄회장의 영향력 쇠퇴를 확인하는 자리였다. 신 총괄회장은 신 전 부회장이 11일 한국에 입국해 롯데호텔에 머문 6일 동안 신 회장의 사과문 발표와 호텔롯데 상장 등 지배구조 개선안에 대한 내용을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고령의 신 총괄회장은 광윤사와 주요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신동빈 ‘원 톱’ 체제의 변수는 여전히 남아있다.
신 전 부회장은 끝까지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는 “고객과 사원들에게 큰 폐를 끼쳐 사과드린다”면서도 “앞으로도 사원들과 함께 현장에서 고객들과 함께 노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여기에서 ‘사원들’은 롯데홀딩스 지분의 3분의 1을 가진 종업원지주회사다. 지분 싸움으로 갈 경우 신 전 부회장이 보유한 롯데쇼핑(13.45%), 롯데제과(3.95%), 롯데칠성(2.83%) 등 계열사 지분도 큰 무기다.
하지만 신 전 부회장이 꺼낼 수 있는 반전 카드는 마땅치 않다. 신동빈 회장이 이사회를 장악한 상황에서 추후 이사회 교체 건을 놓고 주총을 소집하거나 법적 소송으로 가더라도 판세를 뒤집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권종호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절대적 영향력을 가진 오너가 있어도 이사회나 주총 등 합법적 의사결정이 이뤄졌다면 문제가 없다”며 “고령의 신 총괄회장이 직접 나서 소송을 걸 가능성도 거의 없는 만큼 사실상 신 전 부회장이 가진 묘수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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