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아 9월호/특별기획Ⅰ ‘롯데 사태’ 그후]
정운찬 前 총리 긴급진단
● ‘비정상의 정상화’ 시급하다
● 롯데 면세점 재허가, 원칙대로 판단해야
● 재벌 경제력 집중이 나라 망친다
● 폭발 직전의 임계사회…경제민주화 공약 실천해야
‘롯데 사태’를 지켜보며 내가 새삼 떠올린 생각은 ‘비정상의 정상화’가 시급하다는 것이다. 21세기 한국의 경제 질서는 정상적이고 지속가능한 자본주의 시장경제 질서가 아니다. ‘재벌 총수 자본주의’이고 ‘세습 자본주의’다. 비정상이다.
정상적인 경제 질서라면 소유에 따른 권한과 책임의 범위가 일치해야 한다. 그런데 한국 재벌은 그 괴리가 너무 크다. 소유에 비해 영향력은 과대하고, 책임은 과소하거나 아예 없다.
롯데 신격호 총괄회장은 0.05%, 일가 전체로 보더라도 2.41%에 불과한 지분으로 81개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 비단 롯데만 이런 것이 아니다. 10대 재벌 총수의 평균 보유 지분율은 0.25%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계열사 간의 다단계 교차 출자를 이용해 그룹 전체를 지배한다. 그러면서도 책임은 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비정상이 아닐 수 없다. ‘공룡’ 향한 불만
세습 자본주의란 자신의 노력 없이 상속에 의해 거대한 재산을 소유한 자본가가 되는 것을 빗댄 표현이다. 그런데 한국 재벌가의 후손들은 ‘총수 권한’까지 상속받는다. 총수 권한의 상속은 두 가지 점에서 생각해볼 문제가 있다.
첫째, 자식이기 때문에 경영권을 물려준다는 것이 타당한가. 재산을 후손에게 물려주는 것은 문제 될 게 없다. 그러나 경영권은 다르다. 핏줄이 아니라 기업 경영 능력이 경영권 이양의 기준이어야 한다.
외국의 경우 검증된 후계자에게 경영권을 물려준다. 스웨덴 발렌베리(Wallenberg) 가문이 대표적인 사례다. 잘 알려졌다시피 발렌베리 가문은 한국의 재벌과 비슷하다. 인베스터라는 지주회사를 통해 SEB, 일렉트로룩스, 에릭손, 사브, ABB 등 스웨덴의 주요 기업 19곳을 거느리며 100여 개 기업 경영에 직 · 간접적으로 참여한다. 현재 5대째 후계자가 그룹을 경영하는데도 스웨덴 국민은 여전히 발렌베리 가문을 존경한다.
비결은 후계자 양성 프로그램과 높은 공익 의식에 있다. 발렌베리 가문은 10년이 넘는 기간에 걸쳐 철저한 검증과 경쟁을 통해 후계자 2명을 선정하고, 두 사람이 균형과 견제를 이뤄가며 그룹을 경영하도록 한다. 또 이익금의 85%를 법인세로 납부해 사회에 환원한다. 우리 재벌들이 배워야 한다.
두 번째 문제는 한국 경제에서 재벌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다는 점과 관계가 있다. 뒤에서 자세하게 살펴보겠지만 5대 재벌, 10대 재벌이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어마어마하다. 이런 재벌에 문제가 생기면 한국 경제가 바로 영향을 받는 상황에서 재벌 기업을 재벌가 사람들의 것으로만 봐야 할까. 재벌이 위기에 처하면 한국 경제를 살리기 위해 국민 세금으로 재벌을 살려야 할까. 경영권, 즉 총수 권한을 핏줄이기 때문에 승계하는 것이 타당할까. 참으로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문제다.
우리 국민은 롯데 형제들의 이전투구에 깊이 실망했다. 이런 실망은 정서적인 충격과 ‘유통 공룡’ 롯데의 골목상권 침해로 피해 본 소상공인들의 분노가 한데 어우러지면서 분출된 것으로 보인다.
우리 국민은 신격호 회장을 ‘성공한 재일동포’로 여겼다. 한국 5대 재벌의 총수 일가는 당연히 한국인으로, 한국어와 한글을 사용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집안 싸움에서 공개된 여러 문건과 녹음을 통해 신 회장 일가가 일본어로 대화하고 장남은 한국어를 전혀 하지 못하는 것을 확인하고는 큰 배신감을 느꼈다. 여기에 롯데 지분구조의 정점이 일본 광윤사(光潤社)라는 사실 때문에 롯데를 일본 회사로 여기는 것으로 보인다.
불매운동의 정당성
롯데는 국내에 51개 백화점, 115개 대형마트, 7500개 편의점, 그리고 홈쇼핑 채널을 확보하고 있다. 이런 유통망을 만드는 동안 결과적으로 골목상권을 침해하고 유통 소상공인에게 피해를 줬다. 소상공인들은 오랫동안 재벌 유통사에 골목상권과 상생하는 경영을 해줄 것을 요구했지만, 재벌 유통사들의 반응은 미온적이었다. 이러한 피해가 쌓여 롯데에 대한 반발감이 확대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나는 롯데를 일본 기업이라고 비난하는 것이나, 따라서 불매운동을 전개하자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두 가지 이유에서다.
첫째, 롯데그룹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신격호 회장 일가는 한국 국적자다. 두 아들은 이중국적자였으나 1990년대에 일본 국적을 포기했다. 광윤사는 일본 법인이지만, 광윤사 주주는 신격호 회장 일가다. 즉, 지배구조만 놓고 보면 일본에 살고 있는 한국 국적을 가진 한국인이 롯데그룹을 소유한 것이다. 간단히 말해 한국말을 잘 못하는, 일본에 사는 한국인이 롯데를 지배하고 있다. 이것을 일본 기업이라고 할 수 있을까.
둘째, 기업의 위치인데 이것은 더욱 중요한 이유다. 기업은 부가가치를 생산해 임금과 이자, 배당, 세금의 형태로 분배한다. 정상적인 기업이라면 주주 배당보다 임금 · 이자 ·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훨씬 더 높다. 또한 계속사업을 위해 이윤의 사내유보를 통해 재투자를 한다. 따라서 주주 배당으로 해외로 나가는 돈보다 국내에 남아 있는 부가가치가 월등히 많다.
한국 롯데그룹의 최정점에 있는 호텔롯데는 주식의 99%를 일본롯데 계열사들이 보유했는데, 호텔롯데의 당기순이익 중 주주에게 배당되는 비율은 매년 10% 안팎에 불과하다. 부가가치 대비 배당 비중은 1~2%에 그친다. 외국 기업을 국내에 유치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업이 들어와야 일자리가 생기고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일본 기업 불매운동’ 주장은 정당성을 결여했다. 만약 롯데가 소상공인, 노동자, 생산자, 소비자 등과 함께 상생하는 경영 전략을 취하지 않고 그들을 배척하고 이익을 나누지 않는 탐욕적 경영을 했다는 사실이 확인된다면 그것을 비판하는 차원에서 롯데 불매운동을 벌여야 정당성을 가질 것이다. 여전한 면세점 특혜 시비
정치권에서는 이번 일로 롯데에 면세점 재허가를 내주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문제는 원칙에 입각해 접근하는 것이 옳다. 면세점 허가 기준에 맞지 않으면 재허가를 하지 않는 것이고, 허가 기준에 맞다면 재허가를 내주는 것이 타당하다.
정부는 1986년 아시아경기대회 이후 면세사업 시장 육성을 시도했고, 1988 서울올림픽 직후 25개 업체가 면세사업을 개시했다. 그런데 지금은 롯데와 신라만 남았다. 이는 많은 자본을 필요로 하는 면세사업의 성격에 기인한 바가 크다. 면세점은 매장 제품을 선(先)매입 및 직(直)매입해야 해서 사업자는 재고 위험을 부담할 능력이 있어야 한다. 대량 매입으로 구입 단가를 낮춰야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에 ‘규모의 경제’도 필요하다. 이러한 이유로 자본력이 튼튼하지 않은 기업의 면세 사업은 쉽지는 않다.
하지만 비단 자본력만이 롯데나 신라의 성공요인은 아니다. 한류 열풍으로 대규모 중국 관광객이 한국을 찾았기에 특수를 누린 측면도 크다. 또한 롯데와 신라가 90%가 넘는 시장점유율을 바탕으로 많은 불공정행위를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예컨대 매우 낮은 마진 구조를 이용해 중소기업이 버텨낼 수 없는 가격 경쟁을 일삼고, 여행사 수수료를 조정해 중국 여행객 수요를 좌지우지하고 있다.
최근 관세법이 개정돼 대기업 면세점은 종전처럼 재승인받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심사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개정 후 현재까지의 실태를 보면 현장에서 이 개정안을 원칙에 맞게 적용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올해 롯데는 서귀포 면세점을 제주시로 옮겼음에도 새로 승인을 받았는데, 이는 장소 이동이 어렵다는 면세점 특허의 기존 관념을 유명무실화한 것이나 다름없다. 동화면세점에는 신라면세점 지분 19.9%가 섞여 있음에도 관세청은 올해 말 만료되는 동화면세점의 일반면세점특허를 중소 · 중견면세점의 제한특허로 바꿔 면세점 특허를 5년 연장해주겠다고 발표했다. 여전히 면세점 특허는 대기업 위주로 혜택을 받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나는 정부가 ‘조세권한’을 포기하면서까지 대기업, 즉 롯데를 포함해 신라, 한화, 신세계에 면세점 특허를 부여해야 하는지 의문이 있다. 이러한 특혜 시비는 특허수수료가 매우 낮은 데서 비롯된다. 지난해 정부는 기존에 수천만 원에 불과한 특허수수료를 인상해 30억 원가량을 거둬들였다. 그러나 이는 롯데 4조 원, 신라 2조 원에 달하는 매출액과 비교하면 여전히 턱도 없는 수준이다.
따라서 특허수수료를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면세점 특허를 인천공항 출국장 면세점처럼 가격경쟁방식으로 입찰에 부치는 것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다만 중소 · 중견 면세점들은 아직 시장에 진입한 지 1년이 채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시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대기업 면세점과는 다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내가 이번 롯데 사태를 계기로 우리 사회가 진지하게 논의하기를 바라는 사안은 재벌의 경제력 집중 문제다. 현재 삼성, 현대 · 기아차, SK, LG 등 4대 재벌의 1년 매출이 GDP의 60%를 차지할 정도로 경제력 집중이 심화했다. 대기업-중소기업 사이에는 물론 대기업 간에도 실적 편차가 극심하다. 재벌은 공공성을 생각하라
경제력 집중은 한국 경제의 미래를 갉아먹는다. 10대 그룹을 포함한 대기업의 사내유보금이 700조 원 이상으로 넘쳐나는데도 투자할 곳이 없다고 한다. 그런데 고용의 87.5%를 담당하는 중소기업은 투자할 곳은 많은데 자금이 없다고 한다. 경제구조가 불균형이고 비정상이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은 청년 일자리를 만들려면 노동 개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좋은 일자리가 만들어지려면 노동 개혁은 ‘비정상인 재벌체제의 정상화’와 함께 진행돼야 한다. 재벌체제의 정상화 없이 일방적으로 노동자에게만 고통을 전가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대기업 노조도 반성할 게 많다. 일자리 세습을 요구하는 행태는 비판받아야 한다.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이 비정규직 노동자 처우에 눈감거나, 오히려 자기 이익을 위해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경영 행태에 동조하는 것도 옳지 않다.
경제력 집중의 또 다른 문제점은, 재벌 대기업이 자사의 경제력을 이용해 자사에 유리한 방향으로 정책 결정 과정에 영향을 준다는 점이다. 공정한 경쟁이 가능한 시장 질서가 아니라, 재벌에만 유리한 시장 질서를 만들고 고착시키는 것이다. 이는 비정상이고, 민주주의를 근본적으로 흔드는 행위다.
재벌에게 ‘공공성을 생각하라’고 당부하고 싶다. 재벌은 기업을 개인 것으로 생각하는 천민 자본가 의식을 버려야 한다. 오늘의 재벌 성장사를 살펴보면 롯데를 포함해 거의 모든 재벌이 국가와 국민의 지원과 도움으로 성장했다. 그런데 2세, 3세로 넘어가면서 이것을 잊어가는 듯하다. ‘땅콩 회항’은 이런 잘못된 의식에서 발생한 사건이다. 언론은 스포츠 경기 중계하듯, ‘왕자의 난’과 같은 표현을 사용하면서 롯데 사태를 흥미 위주로 보도해서는 안 된다. 공공성을 지향하는 언론이라면 롯데 사태의 이면을 들여다보며 비정상적인 상황을 정상적이고 상식적인 상황으로 바꿀 수 있도록 문제를 지적해야 한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의 노력이다. 정부가 새로운 방법을 찾을 필요는 없다. 이미 해답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정책 의지’가 없어서 실천하지 않을 뿐이다.
가장 간단하게는,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박 대통령이 제시한 경제민주화 공약을 지키고, 야당의 문재인 후보가 제시한 경제민주화 공약을 최대한 수용하면 된다. 경제민주화를 내세워 선거에서 이겼으면 경제민주화를 실시해 보답하는 것이 순리다.
예를 들어 박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국민연금 등 공적 연기금의 의결권 행사 강화와 집중투표제 · 전자투표제 · 다중대표소송제도 등을 도입하면 재벌 지배구조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다. 여기에 야당의 주장을 받아들여 신규 교차출자뿐 아니라 기존 교차출자도 해소하게끔 하면 재벌의 지배구조가 더욱 개선될 것이다.
개혁이 혁명보다 어려운 이유
무엇보다도 정부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일관된 정책 의지를 유지하는 일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은 재벌 개혁을 주장했지만, 이들의 재벌 개혁은 중단되고 친(親)재벌, 성장 위주 정책으로 전환됐다. 박 대통령은 아직 임기가 남았으니 지켜봐야겠지만 전 · 현직 대통령들의 재벌 개혁이 실패한 이유는 정책 의지가 부족한 데다 정책 능력이 충원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개혁은 혁명보다 어렵다고 한다. 혁명은 반대를 용납하지 않는다. 법과 절차도 필요 없다. 그러나 개혁이 성공하려면 정교한 플랜을 갖추고 정당한 절차를 따라야 한다. 기득권이 감당해야 할 고통과 손해는 어느 정도로 하고 어떤 방법으로 부과할 것인지, 그리고 개혁의 속도와 시간을 고민해야 한다. 동시에 대중의 요구를 적절하게 통제하고 조절해야 한다. 절대다수의 주장이 모두 정의이거나 상식인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토록 어려운데도 개혁에 나섰다면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지 여부’와 ‘추진세력의 능력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개혁의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목적이 정의롭다고 그 목적이 달성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개혁은 결코 꽃길이 아니다.
또한 재벌 개혁은 단임 대통령의 임기 5년 내에 몇몇 규제 조치로 이뤄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오랜 진화의 과정을 필요로 한다. 비록 시간이 많이 걸릴지라도, 개혁 조치가 합리적으로 설계돼 일관된 방향으로 진행될 것임을 믿게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재벌이 새로운 규칙을 지키는 방향으로 행동할 것이고, 그것을 지켜보는 국민도 인내심을 가질 수 있다.
나는 한국 사회를 ‘단절사회’ ‘임계사회’로 평가한다. 한국 경제 성장기에는 대기업-중소기업-가계가 선순환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대기업-중소기업-가계가 단절되고 말았다.
1975년 이후 외환위기 직전까지 20여 년 동안 우리나라 기업과 가계의 소득 증가율은 각각 연평균 8.1% 및 8.2%로,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해가며 거의 비슷한 빠르기로 증가해왔다. 선순환이다. 그러나 2000년에서 2010년까지 10년 동안 기업소득은 개발연대 기간에 비해서도 2배 이상이나 높은 연평균 16.5%씩 늘어난 반면, 가계소득은 과거에 비해 증가속도가 4분의 1토막이 난 연평균 2.3%에 그쳤다. 특히 2005년에서 2010년까지의 5년간 기업소득이 연평균 19.1%씩 증가하는 동안 가계소득의 연평균 증가율은 불과 1.6%에 지나지 않았다. 단절사회가 된 것이다. ‘공정’을 ‘슈퍼갑’으로 읽어서야
저성장의 원인은 임금 없는 성장, 일자리 없는 성장에 있다. 소득불평등이다. 돈이 대기업으로 흘러들어가면 나오지 않는다. 대기업 이익이 중소기업과 가계로 흘러가야 중소기업에 좋은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내수가 활성화할 텐데, 그렇게 되지 않고 있다. 이게 문제다.
좋은 일자리의 부족은 기성세대와 청년세대의 단절을 가져왔다. 또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내 하도급 노동자 등 이중, 삼중의 노동시장을 만들었고 그들 사이를 단절시켰다. 수출 대기업과 내수 중소기업이, 도시와 농촌이 단절됐다. 일자리를 갖지 못한 청춘과 중년은 사회에서 고립되고 있다. 밑바닥부터 공동체가 해체되고 있는 것이다. 실직 청년층, 비정규직 등은 미래가 보이지 않는 사회에 불만이 많을 수밖에 없다. 필자는 이들이 폭발 직전에 와 있다는 의미에서 임계사회라고 말한다. 임계점을 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롯데뿐만 아니라 한국 재벌 전체에 대한 나의 문제의식은 총리 취임 이전이나 이후에도 여전히 같다. 지금도 재벌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있고, 그 고민의 일단으로 동반성장을 해결방안으로 제시한다.
대기업은 돈은 많다. 대기업의 많은 돈이 합법적으로, 그리고 스무드하게 중소기업으로 흘러가서 투자돼야 한다. 그래야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가계소득도 증가한다. 대기업-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을 위해서는 이익공유제,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 정부조달 시 중소기업 우선 정책 등이 필요하다. 이런 정도의 정책적 조치는 지금 당장이라도 시행할 수 있다. 결국 의지의 문제다.
나는 롯데가 유통 소상공인, 노동자, 소비자와 동반성장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실천하는 것이 경영권 다툼의 부정적 이미지를 바꿀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한국 시장경제 질서에서 ‘공정한 경쟁’이란 무의미하다. 재벌과 골목시장 소상공인 사이의 경쟁이란 ‘공정이라 쓰고 슈퍼 갑이라 읽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진정으로 공정한 경쟁은 함께 상생하는 동반성장이다.
정운찬
● 1946년 충남 공주 출생 ●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미국 마이애미대 석사(경제학), 프린스턴대 박사(경제학) ●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서울대 총장, 제40대 국무총리(이명박 정부),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 ● 現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 ● 저서 : 경제학원론(공저 · 1990), 거시경제론(1996), 가슴으로 생각하라(2007), 미래를 위한 선택, 동반성장(2013)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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