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부당지원’ 조직적으로 움직인 정책본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14일 03시 00분


[롯데 비자금 의혹 수사]
롯데알미늄에 40억 몰아준 정황

롯데그룹의 배임과 횡령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적극적인 지시 아래 그룹 정책본부가 조직적으로 움직여 이뤄진 단서가 담긴 e메일을 검찰이 확보함에 따라 롯데그룹 비자금 수사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 檢, 신동빈 지시 정황 담긴 e메일 확보


검찰이 확보한 e메일에는 전자금융업 회사인 롯데피에스넷이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사는 과정에서 신 회장의 배임 혐의로 볼 수 있는 정황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특히 롯데그룹 정책본부가 신 회장의 지시 아래 일사불란하게 움직인 정황이 잘 드러난다.

2009년 9월부터 2012년 5월까지 롯데피에스넷은 롯데 계열사들이 운영하는 업체에 들어갈 ATM을 N사로부터 매입하는 과정에서 무리하게 롯데기공(현 롯데알미늄)을 끼워 넣어 롯데기공에 41억9000만 원의 ‘통행세’를 쥐여 줬다. 이 때문에 롯데피에스넷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을 부과받기도 했다.

2008년 황각규 당시 롯데쇼핑 부사장은 롯데피에스넷 김모 대표에게 롯데기공을 도우라는 지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시를 이행했다가 2011년 공정위 조사를 받던 김 대표는 그룹 정책본부 소속 직원 조모 씨에게 “‘(롯데)기공을 끼우면 안 되냐’는 것은 부회장(신동빈)의 찬조 발언이 있어 기공을 끼운 것이죠”라고 e메일을 보냈다. 또 롯데기공 관계자도 N사의 김모 부사장에게 “롯데기공의 (이 사업에 대한) 기여는 지극히 제한적입니다. 유통계열사를 대상으로 뱅킹사업을 하겠다는 그룹의 사업전략과 맞물려 부회장의 지시로 제조회사인 기공이 참여를 하는 형상입니다”라는 내용이 담긴 e메일을 보냈다.

검찰은 부채비율 5366%의 ‘좀비기업’인 롯데기공을 살리기 위해 신동빈 회장이 무리하게 움직였다고 보고 있다. 신 회장이 형인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을 따돌리고 롯데그룹의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승계받기 위해 여러 일을 벌이는 과정에서 무리수를 둬 불법 행위가 있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신 회장이 중국 사업의 저조한 성과를 만회하려고 한국 롯데 계열사의 돈을 불법적인 방법으로 동원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은 2009년부터 지금까지 인수합병(M&A)에 12조 원을 쏟아부었다. 롯데그룹은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중국에서만 1조3000억 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 서울중앙지검 3차장 산하 ‘연합군’ 형성


신 회장 일가(一家)를 둘러싼 비리 의혹이 워낙 방대하다 보니 검찰은 롯데그룹 비리 수사에 서울중앙지검 3차장 산하 인지(認知) 수사부서 3곳을 전면 배치해 신 회장 일가를 ‘융단 폭격’하듯 집중 수사하고 있다.

올해 초부터 롯데 사정(司正)을 은밀히 설계한 이동열 3차장은 연합사령관 역할을 하며 사건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사령관 밑에서 특수4부가 호텔롯데 등 그룹 전반의 횡령과 배임 등을 살피면서 가장 넓은 전선을 형성하고 있다. 롯데그룹 정책본부를 집중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특수4부가 신동빈 회장의 재산관리인 4명을 13일 소환하면서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에게 매해 들어가는 수상한 자금 300억 원을 발견했다.

첨단범죄수사1부는 특공대 역할을 하며 롯데홈쇼핑 한 곳을 집중 수사하고 있다. 신헌 전 롯데백화점 사장(62), 강현구 현 롯데홈쇼핑 사장(56) 등을 수사 대상에 올렸다. 압수 현장에서 증거 파기 단서를 잡아내기도 했다.

방위사업수사부는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법조비리 수사에서 파생된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74)에 대한 롯데면세점 입점 로비 의혹을 파헤치고 있다. 향후 제2롯데월드 수사가 본격화되면 정규군으로 전격 투입될 가능성도 크다.

김준일 jikim@donga.com·장관석 기자
#롯데알미늄#비자금#계열사부당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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