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2차 압수수색]롯데케미칼 원료수입 과정 의혹
시총 9兆 케미칼, 원료 수입때 일본롯데물산 중간에 끼워넣어
檢 “통행세 종착지 辛회장 의심”
압수수색 대상에 건설도 포함… 제2롯데월드 수사로 이어질 가능성
검찰이 14일 롯데케미칼을 압수수색한 것은 롯데케미칼이 해외 업체로부터 원료를 수입하는 거래 중간에 롯데상사와 일본롯데물산을 끼워 넣어 일명 ‘통행세’ 이익을 얻게 도와주고 복잡한 해외 거래로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을 잡은 뒤 증거 확보에 나선 것이라고 분석된다. 검찰이 그간 세간의 의혹으로 나돌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61) 등 롯데그룹 오너 일가의 해외 비자금 조성 의혹을 본격적으로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일본롯데물산과의 자금 거래 과정에서 거래 대금이 부풀려진 뒤 복잡한 과정을 거쳐 추적이 어렵게 된 수상한 자금 흐름을 포착했다. 중간 거래를 거쳐 부풀려진 자금의 최종 종착지가 신동빈 회장 일가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검찰은 롯데 오너 일가와 일본롯데 주주의 이익을 도모하는 동시에 그룹 차기승계 구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 효과를 누렸다고 의심한다.
그런데 이는 국내 주주들에게는 배임 혐의가 될 소지가 있다. 특히 정부당국의 입김이 미치지 않는 일본을 창구로 비자금을 조성해 왔다는 국부(國富) 유출 의혹도 받을 수 있다. 롯데케미칼은 국내에 상장된 롯데 계열사 중 시가총액(9조8000억 원)이 가장 큰 회사다.
상장을 계획하던 호텔롯데가 2013년 8월 흡수합병한 롯데제주리조트와 롯데부여리조트 지분을 갖고 있던 롯데건설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가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당한 것도 검찰이 구체적 배임 혐의를 잡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008년 9월 롯데 계열사들이 출자해 설립된 롯데제주리조트는 숙박시설을 조성할 땅을 마련하기 위해 호텔롯데가 소유했던 제주 서귀포시 색달동 땅 37만6000여 m²를 167억여 원에 사들였다.
하지만 2013년 8월 흡수합병 당시 호텔롯데는 대주주들에게 합병신주를 주당 11만4731원에 총 3만192주(34억6000여만 원)를 교부했다. 땅값으로만 167억여 원을 호텔롯데에 줬던 롯데제주리조트가 땅 위에 시설까지 모두 지은 뒤 불과 34억 원에 회사를 통째로 호텔롯데에 넘긴 셈이다. 더욱이 호텔롯데는 롯데제주리조트의 땅값을 도로에 맞닿은 부분이 없는 맹지(盲地) 기준으로 산정했다.
특히 과세당국에 따르면 국세청은 롯데제주리조트를 세무조사한 뒤 “가치가 수백억 원대에 이른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호텔롯데가 현저히 낮게 가치를 평가한 뒤 제주리조트를 흡수합병했다는 의혹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더욱이 제주도 땅값은 수년간 가파르게 상승해왔다. 검찰은 “자산평가를 회계법인에서 했다”는 롯데의 해명에 따라 회계법인 관계자들도 소환할 계획이다. 검찰은 상장을 앞둔 호텔롯데에 알짜 자산을 편입하려는 신동빈 회장과 그룹 정책기획본부의 ‘사전정지’ 작업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영업 손실로 재정난을 겪던 롯데피에스넷의 유상증자에 참여한 롯데닷컴, 코리아세븐, 롯데정보통신도 일제히 수색을 당했다. 또 롯데피에스넷이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구입하는 거래 중간에서 ‘통행세’ 이익을 봤던 롯데알미늄도 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롯데피에스넷은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세 차례에 걸쳐 300억 원대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신동빈 회장이 롯데그룹 정책본부 회의에서 롯데알미늄을 도와주라고 지시한 사실이 이미 확인된 상태다. 또 ‘제2롯데월드’의 주(主) 시공사인 롯데건설이 수색을 받으면서 검찰 수사가 제2롯데월드 건설 과정 전반에 대한 비리 수사로 연결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검찰은 순환출자 형태로 복잡하게 얽혀 있는 그룹 계열사들을 대거 압수수색하면서 그룹 전체의 자금 흐름을 파악하고 있다. 최근 10년간 35건(거래 규모는 13조8200억 원대)의 인수합병(M&A)을 성사시킨 롯데의 자금 거래 전반이 검찰의 집중 수사를 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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