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전 롯데물산 사장 기준 씨(70)를 소환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제2롯데월드 비리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도 사실상 초읽기에 들어갔다. 제2롯데월드 건립 사업은 이명박(MB) 정부 때 인허가 절차가 급물살을 탔기 때문에 수사가 본격화되면 검찰이 전 정부의 고위 관계자를 겨냥할 가능성이 크다. 검찰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61) 일가의 횡령·배임 혐의에 대한 윤곽이 나온 이후에 제2롯데월드 로비 의혹 수사에 본격적으로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 고교 동문 학맥 이용한 로비 가능성
2008년부터 2010년까지 롯데물산 대표이사를 지낸 기 전 사장은 제2롯데월드 인허가 비리에 연루된 의혹이 있다며 사정 당국 관계자들의 정보망에 오르내린 인물이다. 2009, 2010년 롯데물산은 항공기 부품제조업체 B사와 13억 원대 용역 컨설팅 계약을 맺었다. B사의 회장은 기 전 사장과 고교 동문인 예비역 중장 천모 씨(69)였다. 천 씨는 2006년 공군참모차장에서 전역한 뒤 2008년 B사에 입사해 2010년부터 이 회사 회장을 지냈다.
검찰은 제2롯데월드 시행사 롯데물산이 컨설팅비 명목으로 B사에 건넨 13억 원이 제2롯데월드 사업의 비용을 줄이기 위한 로비자금이었을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다. 롯데 측은 제2롯데월드 건설 인허가를 받는 조건으로 경기 성남 서울공항 활주로 각도 변경 공사 비용을 전부 대기로 했다.
과거 제2롯데월드 건설이 번번이 무산됐던 이유가 서울공항에서 발진하는 전투기와 부딪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었는데, 공군은 당초 활주로 각도를 7도 틀 것을 요구했으나 MB 정부에서 이 각도는 3도만 틀도록 조정됐다. 이로 인해 활주로 각도 변경 공사 예상 비용은 1조2000억 원에서 3270억 원으로 줄었고, 롯데 측이 공사에 실제로 사용한 비용은 950억 원에 불과했다.
검찰은 이 로비 의혹의 몸통이 천 씨가 아닌 또 다른 공군 예비역 장성 A 씨일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A 씨 역시 기 전 사장과 고교 동문이며 컨설팅비가 오간 시점에 공군에서 중요한 직위를 맡고 있었다.
○ 롯데제주·부여리조트 3년 고의 적자 의혹
세무 당국은 롯데제주·부여리조트가 고의로 3년간 적자 처리한 의혹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2013년 호텔롯데와 롯데제주·부여리조트가 흡수합병하기 직전 내리 3년 동안 롯데제주·부여리조트가 적자 처리한 점을 세무 당국이 수상히 여기고 조사했던 사실을 파악했다. 당시 롯데제주리조트는 금융상품투자 손실이 커 적자 처리를 했으며 롯데부여리조트는 금융이자 지출로 인한 손실이 컸다고 공시했다.
하지만 검찰과 세무당국은 두 회사가 상속증여세법상 할증률 조항을 비켜나기 위해 고의로 손실을 부풀린 것으로 보고 있다. 상속증여세법 등에 따라 통상 중소기업의 대주주는 회사를 흡수합병하려는 기업과 교섭을 할 때 회사가치평가 금액에 20∼30%가량 할증된 금액으로 매각대금을 교섭한다. 경영권을 잃는 것에 대한 보상 차원인 것이다. 하지만 3년 이상 적자를 본 기업은 경영권 프리미엄에 따른 할증을 받지 못한다. 검찰은 롯데그룹이 이런 점을 노려 그룹정책본부를 중심으로 일부러 롯데제주·부여리조트의 손실을 크게 계산했고, 결국 호텔롯데가 리조트 사업을 싼값에 흡수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롯데그룹 ‘통행세’ 의혹의 중심에 선 롯데피에스넷은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사들이는 과정에서 롯데기공(현 롯데알미늄)을 끼워 넣으라는 그룹정책본부의 지시에 반대해 장모 전 롯데피에스넷 사장이 대표이사 자리에서 사임한 것으로 드러났다. 장 전 대표는 정책본부의 지시에 대해 처음부터 경영상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반대했으나 정책본부가 자체적으로 직원을 내려보내 일련의 과정을 진행했다. 장 전 사장은 의사결정에서 배제된 것에 대해 항의하며 사임했다. 이는 그룹정책본부가 신동빈 회장의 지시를 롯데 계열사들에 일사불란하게 관철시키는 조직이란 점을 뒷받침하는 정황이다.
검찰은 두 차례에 걸쳐 대대적으로 진행한 롯데그룹 계열사 압수수색을 통해 그룹정책본부와 계열사들 간의 부당한 거래와 인수합병(M&A)에 관여한 단서를 다수 확보하고 혐의를 입증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검찰은 그룹정책본부가 해외 계열사들을 비자금 조성에 동원한 혐의가 뚜렷하게 드러나면 해외 수사 당국과 형사사법 공조를 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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