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이 국세청과 벌인 법인세 취소 소송에서 허위로 산정된 회계자료를 국세청과 법원에 제출해 240억 원대 법인세를 환급받은 단서를 검찰이 수사 중인 것으로 23일 확인됐다. 롯데케미칼이 수백억 원대 세금을 빼내기 위해 법원까지 속인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대기업이 허위의 회계자료로 국가기관을 상대로 ‘소송 사기’를 벌인 것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부장 박찬호)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 손영배)는 240억 원대 조세포탈 혐의로 23일 구속한 전 롯데케미칼 상무 김모 씨(54)를 상대로 김 씨가 허위 재무제표로 법인세를 환급받는 과정에 윗선의 지시가 있었는지 집중 추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22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김 전 상무에 대한 영장실질심사에서 “허위 재무제표로 분식된 회계자료로 240억 원대 법인세를 환급받은 것은 사실상의 ‘소송 사기’ 성격이다”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은 “범죄 사실이 소명되고 증거 인멸과 도망의 우려가 있다”며 김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은 롯데케미칼(당시 호남석유화학)이 2004년 11월 KP케미칼(옛 고합)을 인수한 시기를 전후해 실제 존재하지 않았거나 사실상 ‘깡통’에 불과한 이 회사 유형자산의 가액을 부풀려 회계장부에 기재했다는 진술과 증거를 확보했다. 고합은 1995년, 1996년 재고자산을 부풀리는 수법으로 분식회계를 한 뒤 6000억 원대의 사기대출을 받은 사실이 드러난 기업이다.
검찰은 롯데케미칼이 유형자산에 허위로 감가상각을 반영한 재무제표를 가지고 국세청 과세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법인세를 환급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유형자산은 감가상각이 비용으로 처리돼 법인세를 낼 때 세금을 덜 내도록 유리하게 작용한다.
롯데케미칼은 국세청의 세금 계산이 잘못됐다며 2008년 납부한 2002년 법인세 26억 원과 2004년 법인세 220억 원을 돌려 달라는 행정소송을 2010년 제기했다. 2008년에는 국세심판원(현 조세심판원)에 세금 결정이 정당한지 판단해 달라는 심판을 청구하기도 했다. 롯데케미칼은 10여 년 동안 KP케미칼에 대한 법인세 240억여 원을 국가에서 환급받았다.
검찰은 허위로 작성된 롯데케미칼의 재무제표가 국세청과 법원의 판단 과정에서 걸러지지 않은 데 대해 위법 사항이 있었는지 확인 중이다. 로펌은 롯데케미칼이 제시한 재무제표를 그대로 믿고 소송을 대리했을 가능성이 크다. 양측이 낸 자료를 토대로 사실관계를 판단하고, 제출된 자료의 허위 유무는 소송 당사자들이 검증할 수밖에 없는 행정소송의 허점이 드러났다.
롯데케미칼 측은 “법인세 환급 소송은 KP케미칼의 유형자산에 대한 감액손실 처리를 하다 보니 과도하게 세금을 낸 측면이 있어 진행한 것”이라며 “감가상각 부분은 잘 모르겠다”고 해명했다.
한편 검찰은 23일 김현수 롯데손해보험 대표이사(60·부사장)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1987년부터 2014년까지 롯데쇼핑 산하 롯데백화점 사업본부에서 재무를 담당해 롯데그룹 자금 흐름의 핵심 인물이다. 검찰은 또 롯데케미칼의 해외 비자금 조성 의혹과 관련해 삼일회계법인 관계자들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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