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홈쇼핑, 미래부 재승인 로비 ‘짙어지는 의혹’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8일 03시 00분


대표까지 대포폰… 상품권깡으로 비자금
이사장 7일 구속 수감 “내가 왜 구속돼야 하느냐” 반발

7일 새벽 구속영장이 발부된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오전 2시 45분경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로 가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에서 검찰 승용차를 타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7일 새벽 구속영장이 발부된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오전 2시 45분경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로 가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에서 검찰 승용차를 타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장녀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74)은 7일 오전 2시 반경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발부되자 “내가 왜 구속돼야 하느냐”며 검사 등에게 강하게 항의했다. 롯데그룹 오너 일가 가운데 신 이사장이 처음으로 구속되면서 검찰 수사의 종착지로 보이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61)에 대한 압박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부장 박찬호)는 35억 원대의 뒷돈을 받고 40억 원대의 회삿돈을 빼내 딸들에게 준 횡령과 배임 혐의로 7일 새벽 신 이사장을 구속 수감했다.

신 이사장은 롯데호텔 롯데면세점 롯데백화점 등 그룹의 유통 사업에 40여 년간 관여해 온 유통업계의 ‘대모’로 불리는 상징적 인물이다. 그런 신 이사장이 한 차례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된 직후 구속 수감되면서 롯데그룹을 대상으로 한 검찰 수사의 ‘파괴력’이 일반적인 예상보다 훨씬 강력한 것으로 나타나 롯데그룹과 재계가 긴장하고 있다.

검찰이 구속된 신 이사장을 압박해 그룹 내 ‘치부’에 대한 내밀한 진술을 확보할 가능성도 열렸다. 특히 검찰은 신 이사장을 상대로 호텔롯데가 2013년 개발이 완료된 롯데제주리조트 전체를 34억 원이라는 헐값에 흡수 합병하는 데 관여한 단서를 잡아 압박 카드는 충분한 상황이다. 신 이사장은 2013년 8월 14일 오전 9시 호텔롯데 이사회에 참석했고 리조트 합병 안건에 찬성했다.

신동빈 회장의 검찰 소환이 이번 수사의 정점이라고 한다면 현재 검찰의 수사는 반환점을 돌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는 롯데그룹 정책본부와 계열사 간 자금 흐름을 수사해 수천억 원의 횡령 배임 혐의를 잡고 있다. 검찰은 신 회장의 핵심 측근인 이인원 롯데그룹 정책본부장(69), 황각규 정책본부 운영실장(61)의 개인 비리 혐의를 수사한 뒤 소환할 계획이다. 신 회장의 소환은 이들에 대한 조사가 마무리되는 다음 달 초중반경으로 점쳐진다.

롯데케미칼의 200억 원대 해외 비자금 조성과 240억 원대 법인세 탈루 혐의 수사도 그룹 총수에게 불똥이 튈 수 있다. 검찰이 아직 본격적으로 들여다보지 않은 비리 첩보만 여러 건이다.

롯데그룹의 광고계열사인 대홍기획에 대한 수사는 비자금 조성 의혹을 정면 겨냥하고 있다. 대홍기획은 지난해 기준 매출 58%를 국내외 계열사로부터 거뒀을 정도로 일감이 집중됐고 자금 거래 과정에 수상한 단서가 포착됐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 손영배)가 벌이고 있는 롯데홈쇼핑 수사는 가장 먼저 로비 수사에 착수했다. 롯데홈쇼핑 방송채널 사용 사업권 재승인 비리에 연루된 정관계 고위 인사들을 정조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검찰은 강현구 대표를 포함해 롯데홈쇼핑 인허가 업무를 담당했던 직원 전원이 2015년 1월부터 최근까지 3, 4대의 차명 휴대전화인 이른바 ‘대포폰’을 사용한 사실을 확인했다. 여기에 롯데홈쇼핑이 다량의 상품권을 사들인 뒤 되파는 등 이른바 ‘상품권깡’을 하는 수법으로 로비용 실탄으로 의심되는 현금을 만든 사실도 드러났다. 접대비 명목의 자금을 부풀려 청구해 현금화한 뒤 로비를 벌인 정황도 불거졌다. 롯데홈쇼핑이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사용한 접대비 62억 원은 최근 8년간 롯데홈쇼핑이 지출한 총 접대비(139억 원)의 절반에 육박할 정도로 많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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