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사진)이 지난달 말 일본 롯데 계열사와 투자회사 등기이사직에서 일제히 물러난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에는 신 총괄회장이 68년 전 세워 그룹의 모태가 됐던 ㈜롯데도 포함됐다. 신 총괄회장이 법적으로 경영에서 배제되면서 신동빈 회장의 ‘친정 체제 구축’이 마무리되고 있다.
동아일보가 20일 일본 법무성에서 확인한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신 총괄회장은 지난달 25일 ㈜롯데를 비롯해 롯데아이스, 롯데물산, 롯데부동산 등의 등기이사에서 물러났다. 신 총괄회장은 지난해 7월 ‘형제의 난’ 이후 이 회사들의 대표에서 해임됐지만 등기이사직은 유지해 왔다.
또 신 총괄회장은 한국 롯데의 지주회사 격인 호텔롯데를 소유한 L투자회사들과 그 모회사 격인 롯데스트래티직인베스트먼트(LSI)의 등기이사에서도 지난달 말 일제히 물러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퇴임으로 신 총괄회장이 일본에서 공식적으로 관여할 수 있는 곳은 롯데장학재단, 지바롯데마린스 등 그룹 경영과 크게 관계없는 몇 곳에 불과하다.
하지만 신 총괄회장은 한일 롯데를 지배하는 일본 롯데홀딩스에는 여전히 등기이사로 남아 있다. 신동빈 회장 측이 신 총괄회장을 무리하게 퇴진시키려 할 경우 롯데홀딩스의 최대주주인 광윤사가 반발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광윤사는 신동빈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는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이 대표로 있다.
롯데그룹은 일본 롯데홀딩스―LSI―L투자회사―한국 호텔롯데로 이어지는 경영구조를 갖고 있다. 이번 퇴임으로 신 총괄회장은 롯데홀딩스를 제외한 한일 그룹사 경영 전반에 관여할 법적인 자격을 잃었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신 총괄회장의 퇴임에 대해 “이사 임기가 만료돼 퇴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그는 올 3월에는 호텔롯데, 롯데제과 등 한국 핵심 계열사의 등기이사에서 물러났다.
신 총괄회장이 퇴임한 계열사와 투자회사에서 신동빈 회장은 연임됐고, 그의 측근인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 롯데홀딩스 사장 등도 자리를 지켰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