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94)의 6000억 원대 탈세 혐의와 관련해 핵심 수사 대상으로 지목된 사실혼 배우자 서미경 씨(56), 딸 신유미 씨(33)가 현재 일본에 체류 중인 것으로 7일 알려졌다. 또 신 총괄회장과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74·구속 기소), 서 씨 모녀가 세무당국에 납부해야 할 세금이 최대 1조 원을 넘을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4부(부장 조재빈)는 신 총괄회장이 차명으로 보유하던 일본롯데홀딩스 지분 6.2%를 이전한 것과 관련해 일본에 체류 중인 서 씨와 신 씨에게 조만간 소환을 통보할 방침이다. 검찰은 자진 귀국을 기대하고 있지만 소환에 불응할 경우 일본 사법공조를 추진하는 방안까지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과 세무당국은 또 신 총괄회장이 홍콩과 싱가포르 등 해외에 페이퍼컴퍼니 4곳을 세우고 주식 거래에 동원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최대 1조 원이 넘는 ‘세금 폭탄’을 맞을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검찰 수사 등에서 문제가 되는 탈루 세액은 증여세와 양도소득세 등 6000억 원대로 추산된다. 하지만 주식 이전 과정에서 페이퍼컴퍼니를 동원해 벌인 개별 거래마다 과세할 경우에 세무당국이 실제 받아낼 수 있는 세금이 1조 원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신 총괄회장이 일본롯데홀딩스 지분을 증여하며 일본 국세청에 이 사실을 정확히 신고하고 세금을 납부했는지를 놓고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신 총괄회장이 신 이사장과 서 씨 모녀에게 넘긴 일본롯데홀딩스 지분은 한국롯데 전반을 지배할 수 있는 핵심 주식이다. 오너 일가가 편법 증여를 이용해 경영권을 불법적으로 승계하는 전형적 재벌 비리 구조가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기업 총수 일가 탈세로는 사상 최대로 드러난 이번 탈루 세액을 신 이사장 등이 납부하기가 매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신 이사장이 보유하고 있는 재산이 그에 미치지 못하고 일본롯데홀딩스 지분을 매각해 세금을 납부하려 해도 경영권 방어 논리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마음대로 지분을 매각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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