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 휩싸인 롯데 “그룹의 기둥이 쓰러졌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27일 03시 00분


[‘롯데 2인자’ 이인원 부회장 자살]신동빈 회장, 굳은 표정으로 출근

롯데그룹은 26일 아침 큰 충격에 빠졌다. 임직원들은 그룹 2인자로 롯데그룹의 기틀을 닦은 이인원 부회장의 사망 소식이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26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이 부회장 사망 뉴스가 막 터져 나오기 시작한 오전 8시 반경 굳은 표정으로 서울 중구 을지로 롯데그룹 본사에 도착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오전 내내 신 회장의 눈이 충혈돼 있었다”면서 “이 부회장은 신 회장이 큰형처럼 의지하던 어른이었다. 많이 애통해한다”고 전했다. 오후 6시 본사를 나서던 신 회장은 동아일보 기자에게 “오늘은 할 말이 없다”며 침통한 표정으로 차에 올랐다.

롯데그룹 임직원들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롯데그룹은 “평생 누구보다 헌신적으로 롯데의 기틀을 마련한 이 부회장이 고인이 됐다는 사실을 믿기 어려운 심정”이라고 밝혔다. 일부 직원들은 눈시울을 붉혔다.

이 부회장의 극단적 선택을 놓고 재계에서는 ‘롯데그룹의 핵심 가신(家臣) 3인 사이에서 검찰 수사 대응 방안과 관련해 이견이 있었고 이로 인해 심적 압박을 받았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최근 이 부회장과 황각규 사장·정책본부 운영실장, 소진세 사장·정책본부 대외협력단장이 참석한 회의에서 큰소리가 났다는 말도 전해진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롯데 내부에서 서미경 모녀 불법 증여 혐의와 관련해 이 부회장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는 얘기가 돌았다”면서 “이런 부분에서 괴로움을 느낀 것 같다. 자신이 모셨던 두 주군(主君)을 위해 모든 것을 짊어지고 가겠다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하지만 롯데그룹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그룹의 기둥 같은 존재로 사장단도 모두 존경하던 인물이었다. 갈등설은 애초에 말이 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형제간 경영권 분쟁과 검찰 수사로 사면초가에 빠져 있던 롯데는 2인자의 갑작스러운 공백이란 어려움까지 추가로 겪게 됐다. 신 회장이 해외 출장을 떠날 때에 그룹 전체 사업을 총괄할 만큼 이 부회장은 롯데 경영의 구심점이었기 때문이다. 롯데 관계자는 “롯데의 성장동력이던 공격적인 인수합병(M&A)도 올스톱된 상태”라고 말했다.

김현수 kimhs@donga.com·권기범 기자
#롯데#이인원#비자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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