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원 부회장 빈소 찾아 유족 위로… 신격호, 조화 보내…신동주 조문 안할듯
중환자실 이인원 부회장 부인엔 사망 안알려
끝내 눈물을 보였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27일 이인원 롯데그룹 부회장(정책본부장)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 서울아산병원을 찾아 연신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며 오열했다.
신 회장은 이날 오전 9시 37분경 ‘43년 롯데맨’ 이 부회장의 빈소를 찾아 아들 정훈 씨와 며느리 방건혜 씨를 만나 위로했다. 1시간가량 머문 뒤 빈소를 떠날 때 취재진이 ‘고인이 어떤 분이었는지 말해 달라’고 묻자 신 회장은 감정이 북받친 듯 손수건을 움켜쥐었다. 흐르는 눈물을 삼키느라 기침을 하면서 말없이 돌아섰다.
신 회장의 누나인 신영자 롯데장학복지재단 이사장의 차녀 장선윤 호텔롯데 상무도 이날 빈소를 찾아 흐느꼈다. 이 부회장이 유서에 ‘애국자’라고 칭하며 각별한 마음을 표현했던 신격호 총괄회장은 화환은 보냈지만 빈소를 찾지는 않았다. 건강 문제 때문이다. SDJ코퍼레이션 측은 “(신 총괄회장의 장남인) 신동주 SDJ 회장도 아직 조문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빈소에는 이 부회장의 부인은 보이지 않았다. 심한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병원 중환자실에 있는 부인이 충격을 받을까 봐 유족들이 남편의 죽음을 알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문객들은 고인을 ‘반듯하고 성실한 사람’으로 기억했다. 이 부회장의 초등학교 동창인 최충경 창원상공회의소 회장은 28일 “롯데그룹의 실세이면서도 주변의 많은 부탁을 대부분 거절할 정도로 꼿꼿했다”며 “주위에서 ‘빠듯하게 사는 아들이라도 좀 챙겨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면 ‘그런 얘기는 꺼내지도 말라’고 할 정도였다”고 전했다.
최 회장은 “젊은 시절부터 신 총괄회장의 신임을 얻어 장녀인 신 이사장의 일본어 개인교습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자살 전날 다른 한 친구가 ‘못 할 말로 그냥 3년 살면(복역하면) 되잖아’라고 하니까 ‘걱정하지 마라, 내가 교회 장로이고 나름대로 신념이 있다’고 말했는데 그렇게 됐다”며 “얼마 전 만났을 때 못하는 술이지만 한잔했더라면 마음을 바꿀 수 있었을지 모르는데…”라고 안타까워했다.
빈소를 찾은 손경식 CJ그룹 회장은 “고인은 사리판단이 분명했던 분”이라며 검찰의 롯데 비자금 수사와 관련해 “우리나라 대기업인데 잘 해결되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 경제가 산다”고 말했다.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은 “올곧은 분이었다”며 “롯데 사태가 빨리 마무리돼 경영이 정상화돼야 기업인들도 안심하고 경영 활동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롯데그룹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주말에도 출근하며 주요 관계자 소환 일정을 재검토했다. 검찰은 ‘진술’을 통한 조사가 아닌 ‘물적 증거’를 통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어서 롯데그룹 비리 의혹 혐의 입증에는 크게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예정됐던 이 부회장에 대한 조사는 롯데건설 비자금 조성 의혹 등 그룹 계열사에서 이뤄진 비리가 그룹 정책본부 차원에서 진행됐는지를 확인하는 중요한 과정이었기 때문에 향후 수사가 일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게 됐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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