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성장기여도 곤두박질… 경제전반에 연쇄 악영향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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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끝에 선 수출코리아]<1>간판주자들마저 위기

《 “삼두마차(三頭馬車)마저 멈춰 섰다.” 최근 재계에서 ‘한국 경제 위기론’을 거론할 때마다 나오는 얘기다. 삼두마차란 최근 10년간 국내 경제성장을 이끌어온 전기전자, 운송장비, 화학 산업을 지칭한다. 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0년 3.6%에 이르던 제조업의 국내총생산(GDP) 성장기여도는 지난해 0.9%로 낮아졌다. GDP 성장률은 같은 기간 6.5%에서 3.0%로 떨어졌다. 》

지난해 제조업 부문별 경제성장 기여도는 전기전자가 0.4%, 운송장비와 화학이 각각 0.2%씩을 책임졌다. 섬유, 석탄·석유, 기계, 정밀기기, 금속제품 등 다른 산업군의 성장기여도는 모두 합쳐도 0.1%에 불과하다.

주력 수출산업이 버텨주지 못할 경우 제조업은 물론이고 국내 경제가 통째로 흔들리는 구조인 셈이다. 삼성전자의 3분기(7∼9월) 실적 악화가 위기감을 증폭시킨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전기전자와 화학의 갑작스러운 추락

최근 삼성전자 스마트폰 담당자들 사이에선 “서풍(西風)이 심상치 않다”는 말들이 심심찮게 흘러나온다. 서풍의 진원지는 중국을 넘어 인도까지 확대됐다.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4∼6월) 두 나라에서 각각 현지 업체인 샤오미(小米)와 마이크로맥스에 나란히 시장점유율 1위 자리를 내줬다. 서풍은 지난해 3분기 35.0%까지 치솟았던 삼성 스마트폰의 세계 시장점유율을 올 2분기 25.3%까지 끌어내렸다.

LG전자도 상황이 심각하다. 우선 삼성전자의 메모리반도체처럼 글로벌 시장에서 확실한 경쟁우위를 보이는 제품이 없다는 게 치명적이다. LG전자가 그나마 강세를 보이는 TV와 생활가전은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 데다 수익률도 낮다. 스마트폰은 올해 5월 내놓은 ‘G3’로 겨우 체면치레를 했을 뿐 글로벌 시장점유율이 여전히 4%대에 머물러 있다. 중국 휴대전화 업체들의 공세도 걱정이다. LG전자 관계자는 “LG는 세계 시장에서 애플처럼 프리미엄 이미지를 갖지 못해 중국 업체들의 가격 공세에 더 취약하다”고 털어놨다.

석유화학 업체들은 중국 및 중동 업체들의 설비 증설로 인한 공급과잉과 미국 셰일가스발 제품 가격 하락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석유화학 중간원료는 지난해 대(對)중국 수출이 전년보다 36.2% 늘었지만 올해 1∼7월에는 전년 동기 대비 6.3% 감소했다.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등은 정유사업 부진을 메워주던 석유화학 부문마저 실적이 곤두박질하면서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국내 정유업계 1위인 SK이노베이션의 주가는 이달 2일 장중 7만4700원까지 떨어졌다. 최근 1년간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 자동차는 경고등, 조선은 암흑


자동차업계 맏형인 현대자동차는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다. 엔화 약세를 무기로 일본 자동차업체들이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제네시스’와 ‘LF쏘나타’ 시판에 따른 신차 효과도 예상보다 크지 않았다.

현대차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2011년 5.1%, 2012년 4.9%, 지난해 4.7%에 이어 올해 1∼9월 4.5%로 매년 0.2%포인트씩 떨어지고 있다. 유럽에서도 2012년 3.5%, 지난해 3.4%, 올해 1∼8월 3.3% 등 완연한 내림세다. 여기에 공을 들여온 러시아, 브라질, 인도 등 신흥시장이 동반 침체에 접어든 것도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7월 해외법인장 회의에서 “글로벌 경쟁 가속화, 신흥시장 침체, 저(低)환율 등 3대 위협 요인을 반드시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한국투자증권과 대신증권은 현대차의 3분기 실적에 대해 각각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6.4%, 17% 감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기간 평균 환율이 전년 동기 대비 7.6%나 떨어져 수출에 타격을 입었다는 게 분석의 근거다.

기아자동차는 현대차보다 해외 현지생산 비중이 낮아 원화가치 상승에 더 민감하다. 미국과 유럽 시장점유율은 어느 정도 유지하고 있지만 정작 수익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기아차의 올 상반기(1∼6월) 영업이익률은 6.3%로 전년 동기 대비 1.3%포인트나 내려갔다.

조선은 기나긴 불황의 터널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현대중공업이 올해 2분기에 1조1037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는 등 ‘빅3’의 실적이 악화하자 업계에서는 세계 1위 타이틀을 중국에 완전히 뺏기는 건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최근 “중국 조선사들이 한국 업체들의 초대형 컨테이너선 생산 기술을 따라잡는 건 시간문제”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국책 금융기관이나 시중은행이 배 건조 비용의 최대 80%까지 선박제작 금융으로 지원하지만 국내에선 10%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국내 중소 조선업체들은 기술이 아닌 금융 때문에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미쓰비시중공업과 이마바리조선, IHI마린유나이티드와 유니버설조선 등 합종연횡을 통해 덩치를 키운 일본 조선업체들도 새로운 위협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김창덕 drake007@donga.com·강유현·최예나 기자
#수출#제조업#경제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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