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의 수출이 3년 만에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 경기의 부진이 예상되고 미중 무역 분쟁 등으로 세계 경제 전망이 전반적으로 둔화된 탓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한국 경제를 지탱해온 수출까지 악화될 조짐이 보이자 정부는 이달 관련 대책을 내놓기로 했다.
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수출액은 2018년(6052억 달러)보다 1.4% 줄어든 5970억 달러로 예상된다. 한은은 지난해 10월에는 2019년 수출액을 작년보다 1.3% 늘어난 6140억 달러로 내다봤다. 그러나 3개월 새 상황이 급격히 악화되자 전망치를 대폭 하향 조정했다. 수출 증가율이 마이너스로 돌아선다면 이는 2016년 이후 3년 만이다. 2016년 글로벌 경기 둔화와 자동차회사 파업 등의 여파로 수출이 5.9% 줄었다가 이듬해인 2017년 15.8%, 2018년 5.5%로 반등했다.
월별로도 2년여 만에 두 달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6일 산업통상자원부와 관세청 등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1년 전보다 5.8% 줄어든 463억5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수출은 지난해 12월에도 1.3% 감소한 바 있다. 수출이 두 달 연속 감소한 것은 2016년 9, 10월 이후 27개월 만이다. 지난달에는 일평균 수출액도 2017년 3월 이후 22개월 만에 20억 달러 밑으로 떨어져 19억3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수출이 연초부터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은 유가 하락으로 석유화학 부문 수출이 줄고, 반도체 수출 단가가 떨어지는 등 주력 산업의 경기가 한꺼번에 나빠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산업부는 “미중 무역 분쟁 등 통상 여건과 반도체 단가 하락 등 대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지역별로는 중국으로의 수출이 큰 폭으로 감소해 타격이 컸다. 1월 대(對)중국 수출은 1년 전보다 19.1% 감소한 108억3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11월부터 석 달 연속 감소세다. 정부 관계자는 “대중 수출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반도체, 석유제품, 석유화학 등 3대 품목의 부진이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미중 무역갈등이 길어지면서 중국 소비심리가 위축된 탓이 컸다”고 분석했다. 국내외 주요 경제연구기관들도 올해 수출 증가율이 지난해의 절반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지난달 “미중 무역갈등에 따른 세계 경제 성장 둔화가 한국 경제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쳐 수출은 예상보다 빠르게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정부는 수출 감소세가 일시적이고 곧 상황이 개선될 것이라고 봤다. 1일 경기 군포시 산본시장을 방문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2월에는 수출이 다시 플러스로 전환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산업부도 “반도체 가격과 유가가 회복될 하반기에는 수출이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정부는 내부적으로 관련 부처들 합동으로 수출 관련 대책을 마련하는 등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1월 수출활력촉진단을 발족한 정부는 이달 각 부처의 수출지원책을 총망라한 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홍 부총리는 지난달 31일 “시중에서 가장 어려워하는 것은 수출하면서 정부의 금융지원을 받는 것”이라면서 매출채권을 담보로 한 대출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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