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표상품 반도체 값 뚝뚝… 전문가들 “작년같은 호황 어려워”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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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4개월 연속 마이너스… D램 가격 1년새 44% 급락
구글-애플 등 “가격 더 떨어질 것”… 재고 소진하며 신규 주문 미뤄
이주열 “반도체 회복속도 지연 우려”, 전문가 “中추격 맞설 정책적 지원을”


한국의 수출이 4개월째 하락세를 보이는 것은 조업일수 감소 같은 일시적 요인 때문이 아니라 주력 제품인 반도체 가격 하락과 주요 수출국인 중국 경기 부진이라는 구조적 요인 때문이다.

정부는 하반기(7∼12월)부터 반도체 경기가 나아질 것으로 내다봤지만 올해까지 가격 하락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회의적 시각도 적지 않다. 글로벌 반도체 수요 회복에만 기대는 대책으로는 수출이 장기 침체에 빠지는 상황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반도체 수출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은 가격 하락이다. 가격이 하락하자 글로벌 정보기술(IT) 업체를 중심으로 수요를 줄였고 전체 수출액이 감소하는 악순환이 생겼다는 설명이다. 조익노 산업부 수출입과장은 “반도체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자 구글, 애플 등이 데이터 센터에 필요한 반도체 물량을 주문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기업들이 기존 반도체 재고를 소진하며 가격이 더 떨어지길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산업부에 따르면 8GB(기가바이트) D램 가격은 지난해 3월 9.1달러에서 올해 3월 5.1달러로 44% 급락했다. 128GB 낸드플래시는 같은 기간 6.8달러에서 4.9달러로 27.9% 떨어졌다. 이와 함께 모바일용 D램의 수요는 지난해 4분기(10∼12월)와 비교해 올해 1분기 약 20%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의 반도체 수출액은 지난달 90억1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108억 달러)에 비해 16.6% 떨어졌다.

정부는 수출 실적이 좀처럼 살아나지 않자 1일 무역보험공사, 시중은행과 함께 수출채권(해외어음)을 빠르게 현금화할 수 있는 보증 상품을 시장에 내놨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수준의 반도체 호황은 올해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산업연구원이 2월 반도체 업계 전문가 2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81%가 “지난해보다는 부진하지만 평년 수준 혹은 평년보다 나을 것”이라고 답했다. 평년보다 악화될 수 있다는 응답도 전체의 12%를 차지했다.

다만 하반기부터는 반도체 가격이 제자리를 찾기 시작해 수출 시장에도 활력이 돌 것이란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반도체 가격이 대세 상승기 직전인 2016년 말∼2017년 초 수준으로 떨어졌고 잠재적 경쟁자로 꼽히던 중국 업체들의 메모리 반도체 생산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어 한국 업체들이 여전히 시장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하지만 시장 상황을 예단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올해 수출 감소가 불가피한 만큼 정부가 기업의 목소리를 반영해 대책을 마련하는 한편 수출 상대국을 다변화하는 중단기 대책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반도체 경기가) 최근 ‘회복되더라도 조금 늦게, 속도도 조금 더디게’ 이런 의견이 나오고 있어 상당한 우려를 갖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민성환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 등의 기술 추격이 빨라지는 만큼 기술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정부와 유관 기관이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송충현 balgun@donga.com·이새샘 기자
#반도체값 하락#수출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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