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기초체력 튼튼” 강조하지만 5개월째 수출 감소… 성장 먹구름
불안 커진 시장선 원화 매도 증가
4월 경상수지 적자 현실화땐 외국인 자금 추가 이탈 가능성
원화 가치가 빠르게 떨어지고 수출 부진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국내외 금융시장에서 한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우리 경제의 기초 체력은 튼튼하다”며 긍정적 발언을 연일 쏟아내고 있지만 최근 시장의 움직임은 이를 확신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최근 환율 급등은 지난달 말 발표된 1분기 성장률(―0.3%)이 ‘쇼크’ 수준으로 확인되면서 본격화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해외 기관들의 성장 전망이 잇달아 하향 조정되면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졌다는 것이다. 네덜란드 ING그룹과 일본 노무라증권은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대로 낮췄다. 미국 JP모건, 영국 바클레이스 등도 성장률 전망치를 2% 초중반으로 하향 조정했다.
한국 경제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퍼지자 정부는 좋은 경제 지표에 대한 홍보를 강화하는 등 총력 방어에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우리 경제의 기초 체력은 튼튼하고 거시 지표들은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말했고 30일에도 “청년고용률이 크게 높아졌다”면서 정부 정책의 성과를 강조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현재로서는 성장률 목표치(2.6∼2.7%)를 하향 조정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정부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시장 참여자들은 한국 경제 성장이 둔화될 것이라는 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 국내 자산운용사의 한 펀드매니저는 “현재 시장에서 원화로 표시된 각종 채권과 원화 선물은 ‘쇼트 포지션’(하락을 예상하고 내다파는 것)에 쏠려 있다. 원화 관련 상품의 매도 물량이 계속 늘고 있다”고 전했다.
여기에 4월 경상수지 적자 가능성이 불거지며 투자자들의 불안이 더 커지고 있다. 수출 부진에 외국인 배당금 송금이 겹치면서 2012년 5월 이후 7년 가까이 이어져온 경상수지 흑자 행진이 멈출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경상수지 적자가 현실화되면 수출 둔화에 대한 우려가 확대되고 이로 인해 자금이 추가 이탈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수출 감소세도 장기화되는 국면이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의 ‘4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월별 수출은 지난해 12월(―1.7%) 이후 5개월 연속 줄고 있다. 한국 수출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반도체 수출이 1년 전보다 13.5% 줄었고 수출 3, 4위 품목인 석유화학과 석유제품도 각각 5.7%, 2.6%씩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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