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영토, 전세계의 73%로 넓어져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11일 03시 00분


[한중 FTA 타결]한국경제 영향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10일 타결되면서 국토 면적 세계 109위의 작은 나라 한국은 아시아에서 가장 넓은 경제영토를 확보한 나라로 거듭나게 됐다. 세계 최대 시장으로 떠오르는 중국과의 무역장벽을 크게 낮춰 침체된 경제를 되살리는 데 필요한 새로운 성장동력을 얻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경제협력에 비해 상대적으로 정치, 외교적 협력 수준이 뒤처져 ‘정랭경열(政冷經熱)’이라는 평가를 받아온 한중 관계가 경제와 정치, 외교 협력이 동시에 강화돼 ‘정열경열(政熱經熱)’의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평가도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한중 FTA는 양국의 투자와 경제성장을 촉진시키는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북한의 호전적 태도를 통제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한국이 지정학적 이득을 얻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 아시아에서 가장 넓은 경제영토 확보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13억5000만 명의 인구를 보유한 국가다. 향후 내수시장 성장 가능성도 크다. 한국의 최대 수출국이자 수입국으로 지난해 한국 총교역의 21.3%(2289억 달러)가 중국과 이뤄졌다.

한국과 FTA를 맺은 51개국의 GDP를 합치면 전 세계의 73.2%를 차지한다. 이들과의 교역 비중은 한국 총교역량(2013년 기준 1조752억 달러)의 62.4%다. 아시아에서는 최초, 세계에서는 칠레에 이어 두 번째로 세계 3대 경제권역인 미국, 유럽연합(EU), 중국과 FTA를 맺으며 경쟁국보다 우월한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한중 FTA에 따른 관세 절감 효과가 연간 54억4000만 달러(약 5조9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한미 FTA(9억3000만 달러), 한-EU FTA(13억8000만 달러)의 3∼6배 정도 크다. 최근 엔화 약세로 일본산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진 것을 감안하면 국내 제조업체에 ‘가뭄 끝의 단비’와도 같은 반가운 소식이다.

아시아의 FTA 허브국으로 해외 투자를 끌어낼 교두보를 마련한 것도 성과다. 우태희 산업부 통상교섭실장은 “한미, 한-EU FTA를 활용하려는 중국 기업들의 투자 확대와 중국시장 진출을 모색하려는 선진국 기업들의 투자 증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동북아 지역블록 강화 효과 기대

중국이 동북아 지역의 역내 블록화를 공고히 하기 위해 한중 FTA를 핵심 축으로 삼았다는 의미도 크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한국이 미국 쪽으로 더 가까이 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중국이 FTA 카드를 썼다”고 평가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 주도로 추진되고 있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중국이 의식적으로 한국을 동북아 경제블록의 전략적 파트너로 삼았다는 것이다. 또 1992년 수교 후 한중 관계를 이끌었던 경제 교류의 흐름이 더욱 강해지면서 양국 간 정치·문화·인적 교류의 중심에 서게 될 것으로 보인다.

주변국들이 한중 FTA에 경계감을 나타내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이날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한국 정부가 일본보다 한발 앞서 중국 내수시장에 진출해 성장력을 확보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고 보도하며 자국에 미칠 우려를 지적했다. 줘스자오(卓士昭) 대만 경제부 상무차장(차관)은 이날 “대만 산업에 큰 충격이 예상되는 만큼, 6개월 안에 중국과 상품무역 협정 협상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며 긴장감을 숨기지 않았다.

○ 국회 비준까지는 갈 길 멀어

한중 FTA가 우여곡절을 겪으며 협상 개시 2년 6개월 만에 타결되는 성과를 거뒀지만 발효까지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공식 협정문 작성과 번역, 검증 절차 등은 빨라야 내년 6월이 돼야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는 국회 비준이라는 높은 산도 넘어야 한다.

쌀, 자동차 등을 양허 대상에서 제외하고 액정표시장치(LCD) 등의 관세를 10년간 유지하는 등 개방도가 낮은 FTA로 마무리했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으로 남는다.

오승렬 한국외국어대 교수(경제학)는 “한미, 한-EU FTA와 비교하면 형식적 부분을 강조하며 낮은 수준으로 체결된 측면이 있다”며 “향후 FTA 이행 과정에서 한국 측의 이익을 더 많이 관철시키기 위한 논의가 계속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상훈 january@donga.com·조숭호 기자
#FTA#한중#경제영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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