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FTA 어디로]
교수 등 1000명 ‘지식인 선언’… “외환위기 때보다 상황 심각”
“한국 경제는 국내외 협공을 당하는 심각한 상태다. 무지의 문제가 아니라 해결할 수 있는 사람들이 나서지 않고 있다는 게 문제다.”(송정숙 전 보건사회부 장관)
“그냥 위기가 아니다. 미증유의 경제위기다. 그런데 정치권은 정파적 이익에 포로가 돼 위기 대처의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다.”(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교수, 전직 장관, 변호사, 의사 등 지식인 1000명을 대표해 7명의 지식인이 2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미증유의 경제위기 적극 대처를 촉구하는 지식인 선언’을 했다. 이들은 성명서와 기자회견 발언에서 ‘백척간두의 위기’ ‘구조개혁은 피할 수 없는 지상과제’ ‘외환위기보다 더 심각한 상태’ 등과 같은 격한 단어들을 수시로 사용했다. 조동근 교수는 성명서를 읽으며 “백척간두의 경제위기를 목전에 두고 있음에도 이에 대한 국민적 상황 인식과 정치권의 대처 의지는 매우 우려스럽다. 사려 깊지 못한 인기영합의 경제민주화가 던진 충격파로 ‘저성장의 구조화’는 부정할 수 없는 경제 현실이 됐다”고 지적했다.
▼ “국회는 경제법안 즉각 처리, 勞는 쟁의 자제를” ▼
성명서 낭독 후 7명의 지식인은 자리에서 일어나 “국회는 경제활성화 법안 즉각 처리하라” “정치권은 노동시장 개혁 적극 추진하라” “노동계는 쟁의 자제하고 기업 경쟁력 강화에 동참하라” “기업은 신성장동력 확보 위한 투자 확대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국회, 정치권, 노동계, 기업이 구체적인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후 여야 원내대표를 만나 건의서를 제출했다.
이날 지식인들은 특히 국회의원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노동개혁 법안은 국회에서 잠자고 있고 기업은 점차 부실화되고 있다. 현 상황이 위기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국회는 경제활성화 법안을 통과시키고, 정부는 좀비기업 구조조정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는 “현재 한국 경제는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받기 직전인 1996년과 너무나 비슷하다”며 “한국이 한 번 더 경제위기를 겪으면 성장률이 1%대로 떨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최우선적으로 국회는 노동개혁 법안을 통과시키고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을 비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선언에 서명함으로써 공동 참여를 표명한 지식인 1000명 중에는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 장경순 전 국회 부의장, 유세희 전 한양대 부총장, 좌승희 KDI 국제정책대학원 초빙교수, 김성기 변호사 등이 포함돼 있다. 조동근 교수는 “절박한 심정을 공유한 지식인들이 자연스레 모여 1000명을 이루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지식인뿐 아니라 경제인들도 경제 살리기를 촉구하며 단체 행동에 나섰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무역협회 등 경제 5단체는 25일 한중 FTA 비준과 노동개혁 및 경제활성화 입법 처리를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구체적으로 ‘서비스산업 발전 기본법’ 제정, ‘관광진흥법’ ‘국제의료사업지원법’의 개정을 촉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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