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국회 비준동의안 통과 후 국내 기업들에 공통적으로 주어진 전략 과제다. ‘거대 공장’이던 중국이 ‘거대 소비시장’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국 정부의 미래 성장전략도 수출에서 내수로 급선회하고 있다. 석유화학과 자동차부품 등 일부 품목의 경우 관세장벽 완화에 따른 직간접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중국 유통망을 직접 활용한 소비재 판매에 주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 기대 만발 소비재 산업
1일 증시에서는 한중 FTA 수혜가 기대되는 종목들이 일제히 올랐다. 우선 아모레퍼시픽(3.72%)과 LG생활건강(1.98%) 등 화장품 관련 업종의 주가가 강세를 보였다. 한섬(2.02%), 쌍방울(1.98%), 베이직하우스(1.76%) 등 FTA로 원재료 수입 단가가 내려가게 될 의류업체들도 이날 오름세를 보였다. 김경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인터넷, 게임, 미디어, 화장품, 의류 등 중국 내수 및 서비스 업종이 FTA의 혜택을 입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패션 및 화장품 업체들도 이 같은 기대감을 반영해 중국 시장 공략을 크게 강화할 예정이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관계자는 “그동안 중국 시장에서 한국 제품이 비싼 편이었는데 관세 인하로 가격 운영을 탄력적으로 할 수 있게 됐다”며 “중국 현지 브랜드와의 경쟁력에서 좀 더 우위에 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LG생활건강은 위생허가 규정 등이 완화돼 한국에서 판매되는 화장품을 중국에서도 판매할 수 있게 된 것에 기대를 걸고 있다. 중국 진출 21년째를 맞는 이랜드는 “현재 운영중인 5개 현지 브랜드 외에 중국 내 새로운 패션 브랜드를 추가로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식품업계에서는 현지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대기업보다 수출을 위주로 하는 중소업체들에 더 큰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올해 5월 중국 인터넷 전자상거래 사이트 알리바바에 ‘한국관’을 연 데 이어 8월에는 중국 산둥(山東) 성 칭다오(靑島)에 농식품 전용 물류센터를 만들었다. ‘한국산 식품=안심 먹거리’라는 이미지를 십분 활용하겠다는 의도다.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FTA 발효 후 3∼5년은 지나야 기업들로서도 체감 효과를 누리겠지만 미리 준비를 해야 한다”며 “단기적으로는 중국 부유층들을 타깃으로 한 한국산 가공식품류가 꽤 혜택을 볼 것”이라고 전망했다.
▼ 관세혜택 적은 유화업종, 합작법인 세워 돌파구 ▼
○ 석유화학, 자동차부품도 중국 진출 강화
자동차부품 업계도 한중 FTA에서 수출 활로를 찾고 있다. 오병성 한국자동차부품협회 전무는 “좋은 기술을 갖춘 자동차부품 업체들이 국내 완성차 업체에만 납품하는 것을 넘어 중국 시장에서 새로운 활로를 찾을 수 있도록 교류를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선 업체는 중국에 수출하는 품목에 대한 ‘역내 원산지 증명’을 강화해 관세 혜택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역내 원산지 증명은 한국, 독일, 중국이 원산지인 각 부품을 결합한 모듈을 수출할 때 해당 제품의 원산지가 어디인지 판정하는 것을 뜻한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이번 FTA로 한국이 원산지임을 증명하면 8∼10%였던 관세가 없어지게 된다”며 “담당자 교육 등을 강화해 관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중국 수출 품목을 최대한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석유화학 분야도 적극적인 중국 내 진출 전략을 펼치기로 했다. SK이노베이션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진두지휘하는 ‘글로벌 파트너링 전략’을 중국에서도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자회사인 SK종합화학이 중국 국영 석유기업인 시노펙과 ‘우한 에틸렌 합작법인’을 설립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 합작법인은 올해 1∼3분기 3719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등 순항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수출 품목 대부분이 관세가 단계적으로 철폐되거나 양허 대상에서 제외돼 직접 수출 증대 효과는 크지 않다”며 “합작법인을 세우는 방법으로 중국 내 영향력을 키워 나가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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