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외국인직접투자(FDI)가 사상 최초로 200억 달러(신고액 기준)를 넘어섰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발효에 대한 기대감, 중동 중국 등과의 정상외교를 통한 투자 유치에 힘입은 결과다. 하지만 내년에는 미국 금리 인상과 저유가 장기화에 따라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3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FDI 신고액은 22일 현재 204억2700만 달러(약 23조9000억 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2% 증가했다. 실제 집행 금액인 도착액도 같은 기간 28.6% 증가한 151억8800만 달러(약 17조7700억 원)였다. 연간 FDI 신고액과 도착액이 각각 200억 달러와 150억 달러를 넘은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FDI는 1972년 1억2000만 달러로 1억 달러를 돌파한 이래 1987년 10억 달러, 1999년 100억 달러를 각각 넘어섰고, 올해 200억 달러 시대를 열었다. 43년 만에 투자액이 170배로 늘어난 셈이다.
올해 1분기(1∼3월)까지만 해도 전년 동기 대비 29.8% 감소할 정도로 실적이 저조했지만 2분기(4∼6월) 이후 완연한 회복세로 돌아섰다. 산업부는 한중 FTA 발효에 대한 기대감, 정상외교 성과, 규제 개혁 등을 배경으로 꼽았다.
특히 한중 FTA 발효를 예상한 중국과 제3국 기업의 투자가 크게 늘었다. 일본 스미토모세이카케미컬이 고흡수성수지(기저귀 원료) 생산 공장을 설립하는 데 5000만 달러를, 미국 EMP벨스타가 냉동·냉장물류센터에 1억 달러를 투자한 것이 대표적이다.
정상외교도 성과를 낸 것으로 평가된다. 정상외교 주요 대상국인 중동으로부터의 투자는 13억8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26% 증가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퍼블릭인베스트먼트펀드(PIF)의 포스코건설 지분 인수(11억3000만 달러) 등 건설, 석유화학 분야에서 대형 프로젝트가 많았다. 중국도 한국 브랜드와 기술력, 한류를 활용하기 위한 투자가 이어져 19억7000만 달러를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0.6% 늘어났다.
반면 유럽연합(EU)은 지난해 대형 인수합병(M&A)형 투자에 따른 기저효과(비교 시점의 상황이 현재와 큰 차이가 있어 결과가 왜곡되는 현상)로 65억 달러에서 24억5000만 달러로 급감했다. 일본 역시 엔화 약세 영향으로 24억9000만 달러에서 16억 달러로 감소했다.
하지만 내년에도 ‘FDI 200억 달러 시대’를 이어갈 수 있을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달러 강세, 저유가로 자금 사정이 열악해진 중동 국가들의 투자 위축 등이 불안 요인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일 발효된 한중 FTA와 연계한 투자 유치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지금까지 외국인 투자 방식이 한국 내수시장 진출에 초점을 맞췄다면 한중 FTA 발효 이후로는 한국을 거점으로 중국과 세계 시장으로 진출하는 해외 진출형 투자로 바뀔 것으로 정부는 예상하고 있다. 중국 수출을 겨냥한 선진국 기업이나 한국과 FTA를 맺은 나라로 수출할 것을 염두에 둔 중국 기업이 주요 투자유치 대상이다.
김영삼 산업부 투자정책관은 “내년 환율 문제와 저유가가 걱정되지만 한중 FTA를 활용한 전략적 투자와 삼성전자 평택공장 관련 후속 투자유치 등을 적극 공략해 만회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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