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 FTA 무색한 ‘非관세 만리장성’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23일 03시 00분


국내 A화장품 회사는 2014년 10월 아이섀도와 립스틱 등 색조화장품 수출 계약을 중국 바이어와 맺었다. 당시 유행 색상인 적갈색 ‘마르살라’ 아이섀도는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끈 제품이었다.

중국 시장에서 한국 화장품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중국의 바이어도 큰 관심을 보였지만 위생 허가의 장벽에 막혀 버렸다. 넉넉히 6개월이면 통관이 될 거라고 예상했으나 알 수 없는 이유로 허가가 차일피일 미뤄졌다. 결국 1년이 지난 지난해 10월에야 통관 절차가 이뤄져 가까스로 제품을 수출했다. 하지만 마르살라 아이섀도는 유행이 한물간 뒤였다.

한국의 대(對)중국 수출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한국의 대중국 수출액은 지난해 11월에는 6.8%(전년 동기 대비), 12월에는 16.5% 줄더니 올해 1월에는 21.6%나 급감했다. 중국의 경기 침체가 원인이지만 중국 정부가 자국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한국산 등 수입품에 불리하도록 만들어 놓은 비관세장벽 탓도 있다. 지난해 12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정식으로 발효되면서 올해부터 관세장벽은 낮아졌지만 비관세장벽은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신고된 비관세장벽은 12개국에 걸쳐 총 141건으로 이 중에서도 중국에 대한 비관세장벽이 30건(21.3%)으로 최다였다. 중국 시장에 진출한 우리 수출 기업들은 기술규정, 표준 등과 관련된 기술무역장벽(TBT)이나 통관 관련 제한 조치, 위생 및 검역 조치 등을 대표적인 비관세장벽으로 꼽는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에 통관정책의 일관성이 없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최근 중국이 한미 당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논의에 항의하며 비관세장벽을 통한 경제적 보복을 단행할 수도 있다는 우려감이 높아지면서 중국에 수출하는 한국 기업인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중국이 비관세장벽을 높일 경우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수출은 더욱 위축될 수 있다. 한국은 전체 수출 가운데 4분의 1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위기에 빠진 한국 수출을 되살리려면 중국 수출을 가로막는 ‘만리장성’인 비관세장벽을 해소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영록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중국의 경우 이미 관세가 상당히 낮아져 관세 철폐로 인한 효과는 크지 않다”며 “대중국 수출을 살리려면 비관세장벽으로 인한 어려움을 뚫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세종=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비관세#fta#화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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