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中수출 ‘비관세 만리장성’]
유커 수 축소-한류드라마 제한 등… 中, 신종 비관세장벽 동원 가능성
경제부총리 “정치-경제는 별개”
“중국 정부가 자국 여행업계에 한마디만 하면 됩니다.”
중국에서 일하는 한 한국인 사업가는 “경제 보복은 매우 간단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중국 정부가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遊客·유커) 수만 조절해도 한국 경제에 타격을 미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연간 방한하는 외국인 관광객 중 유커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에 달한다. 지난해 5월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를 통해서 유커의 힘은 이미 확인됐다. 메르스 전염을 두려워한 유커가 급감하면서 한국 관광·여행업계는 극심한 매출 감소를 겪었다. 이는 내수 침체로 이어졌고 성장률 하락에도 영향을 미쳤다.
최근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문제를 두고 한중 경제관계가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일각에선 중국의 경제 보복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국의 전 세계 수출시장에서 중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25% 안팎이다. 대중(對中) 수출이 1∼2%만 감소해도 가뜩이나 가파른 감소세에 직면한 수출에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정부는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을 위반하면서까지 경제 보복을 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중국이 주요 2개국(G2)으로 부상해 국제적 책임이 커진 데다 경제 보복을 할 명분이 부족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2일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중국의 경제 보복 가능성과 관련한 질문을 받고 “정치는 정치이고 경제는 경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2000년 마늘파동 때처럼 한국의 주요 수출품목에 관세를 올리지 않고도 중국이 한국 경제에 타격을 가할 수 있는 수단은 많다. 비관세 장벽과 같은 ‘보이지 않는 손’을 동원해 한국의 수출에 제동을 거는 식이다. 새누리당 강석훈 의원은 “한중 간 다양한 정치적 굴곡에도 지켜졌던 정경 분리 원칙이 사드와 관련해서는 흐트러지는 새 국면이 올 수도 있다”고 경계했다.
구체적으로 한국산 직구 수입품의 통관 절차를 강화하거나 김치, 쌀 등 한국산 신선 농축수산물의 위생기준을 까다롭게 하는 방법 등이 거론된다. 중국 언론이 비관세 장벽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 제품의 조그만 실수를 과장한 뒤 이를 지속적으로 보도해 중국 소비자의 선택을 돌려세우는 것이다. 한류 드라마에 대해 방영 편수를 제한해 중국 내 한류 흥행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다.
신성원 국립외교원 경제통상연구부장은 “중국이 보이지 않는 장벽으로 한국의 수출을 막을 경우 빠르게 공론화해 국제적 차원에서 중국을 압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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