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중국의 물류회사인 성스(盛世)국제물류유한공사가 인천 중구에 물류센터를 설치했다. 이달 초엔 중국에서 온·오프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는 한 기업이 인천 남구 아라뱃길 물류단지에 5000m² 규모의 물류창고를 열었다. 이들 외에도 중국 기업 5, 6곳이 올 들어 인천시에 물류창고 건설 의사를 밝힌 상태다. 인천시 관계자는 “중국 내 유통망과 홈쇼핑 플랫폼을 앞세워 중국에 물건을 팔 한국 제조회사들을 유치하기 위한 중국 자본의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이후 중국 기업들의 대(對)한국 투자 패턴이 바뀌고 있다. 한국을 거점으로 삼아 중국과 세계시장을 진출하려는 ‘차이나머니’의 투자가 활발해지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기술·브랜드파워, 중국의 자본력을 결합해 중국 내수시장은 물론이고 제3국에 공동 진출하는 방식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 ‘메이드 인 코리아’ 달고 중국행
28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중 FTA가 발효된 지난해 12월 20일 이후 지금까지 약 3개월 동안 국내에 신고된 중국 기업의 물류 분야 직접 투자액은 총 470만 달러(약 55억 원)다. 2014년 투자액(1000만 달러·약 117억 원)의 절반에 가까운 규모다. 홍콩, 싱가포르 등에 본사를 둔 중국계 물류기업의 투자액까지 합하면 중국 자본의 한국 진출 규모는 더욱 커진다.
최근 광주시는 중국 자동차 회사인 주룽(九龍)자동차와 연간 10만 대를 생산하는 공장을 짓기 위한 투자의향 협약을 맺었다. 이 회사는 부품의 절반 이상을 한국에서 조달해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 브랜드를 달고 중국과 동남아시아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중국 자동차 기업이 국내에 완성차 공장을 세우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중국 베이하이(北海)그룹은 2019년까지 2000만 달러(약 234억 원)를 투입해 충남 당진시에 화장품·플라스틱 원료 생산 공장을 설립하기로 했다. 한국산 화장품이 인기가 높다는 점을 활용해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으로 중국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계획이다.
황덕 중국은행 한국대표는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인터넷, 패션 디자인 분야 기업에 투자해 중국 시장이나 세계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목적의 중국 자본 투자가 늘고 있다”며 “한중 FTA 발효로 이 같은 투자가 더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 中 자본-韓 기술 결합해 제3국 진출 필요
정부도 한중 투자협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10월 한중 정상회담에서 한국은 새만금을, 중국은 산둥 성 옌타이(煙臺) 시, 장쑤(江蘇) 성 옌청(鹽城) 시, 광둥(廣東) 성을 ‘한중FTA 산업협력단지’로 지정해 다양한 정책 지원을 제공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한중 산업단지에 정보기술(IT), 문화, 의류,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산업을 유치하기 위한 협의도 추진되고 있다.
▼ 한중 투자협력도 가속 ▼
중국의 자본과 한국의 기술이 결합해 제3국으로 공동 진출하는 방식도 모색하고 있다. 최근 중국을 방문한 주형환 산업부 장관은 “한중 양국이 고급 소비재 산업 등에서 서로 투자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며 “에너지신산업, 인프라, 금융 등 여러 분야에서 협력해 제3국 시장을 개척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한국을 찾은 샘 린 중국 ISPC 회장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실력 있는 한국기업이 중국 자본 및 기업들과 협력하면 중국시장은 물론이고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공을 앞당길 수 있다”며 “기술력 있는 한국기업을 키워내 미국 나스닥 상장까지 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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