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허가 난 사업도 뒤집혀”… 제주도서 짐싸는 中자본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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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인허가가 난 사업도 뒤집히는데 어느 기업이 투자하겠습니까.”

중국 자본의 한국 투자 전초기지였던 제주도에서 최근 들어 중국 투자자들의 태도가 달라지고 있다. 사업이 무산돼 수천억 원대 소송이 걸리는 등 분쟁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단체들이 무작정 중국 자본을 끌어들였다가 나중에 태도를 바꾸면서 한국 투자에 대한 평판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중국기업 사업계획 보류-포기 늘어


30일 제주도 등에 따르면 총사업비 2조5000억 원 규모의 서귀포시 ‘예래휴양형주거단지’ 사업은 1단계 공사가 70% 진행됐다가 중단됐다. ‘영리 추구가 주목적인 휴양형 주거단지 사업을 공공 성격이 요구되는 유원지에 인가한 것은 잘못’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지난해 3월 내려진 게 발단이다.

이에 사업자인 말레이시아 화교그룹인 버자야그룹은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를 상대로 3500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고, 다음 달 2차 공판을 앞두고 있다. 재판 결과에 따라 JDC는 물론이고 고도 완화, 카지노 허가 등을 약속하며 행정절차를 진행한 제주도도 채무자 신세로 전락할 위기에 놓일 수 있다.

송악산 리조트, 무수천 유원지 등 비슷한 방식으로 추진되던 사업도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중국 뤼디(綠地)그룹이 추진하고 있는 서귀포시 ‘헬스케어타운’ 조성사업도 영리병원(투자개방형 외국 의료기관) 허용 문제로 발목을 잡혔다가 지난해 말 다시 시작됐다. 이런 사례들이 잇따르자 중국 및 중화권 기업들은 지난해 말부터 사업계획을 보류하거나 포기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도에 투자한 중국기업의 한 관계자는 “제주도가 투자유치 때는 모든 것을 다해 줄 것처럼 얘기하더니 나중엔 환경훼손, 시민단체의 반대 등을 이유로 입장을 바꿨다”며 “제주도 투자의 위험성을 강조하고 투자에 신중할 것을 지적하는 TV프로그램이 중국에서 방송되기까지 했다”고 전했다.

○ “중국기업과 함께성장하는 구조로 바뀌어야”

흔히 ‘공습’으로 표현하는 중국 자본에 대한 공포와 거부감도 ‘코리나 투자시대’에 극복해야 할 과제다. 2005년 중국 상하이차가 쌍용차를 인수한 뒤 4년 만에 손을 떼고 떠난 이후 ‘중국 자본=먹튀’라는 논란이 불거졌다.

중국 자본 투자가 특정 업종에 집중돼 있고 기술유출 우려가 상존하는 점도 문제다. 한때 중국시장을 휩쓸었던 한국 게임업계는 중국 자본이 몰려들어온 뒤 산업공동화 우려가 나올 정도다. 핵심 인재들을 ‘1-9-3’(1년 연봉 9배를 3년간 보장) 형태로 빼가면서 인력 및 기술유출 문제가 심각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중국 자본이 국내 시장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결국 기업의 경쟁력이 꾸준히 확보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규림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결국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투자를 받는 것”이라며 “중국 자본 유치로 인한 시장 진출에 도취되지 말고 기술 개발과 인재 육성에 꾸준히 투자해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국 자본의 한국 투자만 바라보지 말고 역으로 한국 기업들도 중국 유망기업을 적극 발굴해 지분 투자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임호열 대외경제연구원 동북아경제본부장은 “몇 년 전에 샤오미 화웨이 알리바바 텐센트 등과 합작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다 놓쳤다”며 “단순히 물건을 중국에 파는 것만으론 한계가 있고, 중국 기업이 성장하면 우리도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재영 redfoot@donga.com·이건혁 기자
#코리나#중국자본#투자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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