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화학기업들, 한국에 고부가제품 공장 건설 러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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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FTA 활용해 中시장 선점나서

일본과 유럽 화학기업들이 최근 한국에 고부가가치 화학제품 생산 공장을 잇달아 건설하고 있다. 이들은 한국 생산기지를 통해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중국에 낮은 관세로 제품을 수출하고 동남아 시장의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일본 미쓰비시화학은 삼양사와 합작법인 ‘삼양화인테크놀로지’를 설립하고, 지난달 전북 군산시에 차세대 이온교환수지 공장을 준공했다. 일본 도레이도 군산에 슈퍼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PPS’ 공장을 지어 3월 가동을 시작했다. 벨기에 솔베이 역시 군산에 특수 화학소재 ‘고분산 실리카’ 공장을 올해 안에 준공할 계획이다. 독일 바스프는 코오롱플라스틱㈜과 합작법인 ‘코오롱바스프이노폼㈜’을 설립하고 지난달 경북 김천에서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폴리옥시메틸렌(POM)’ 공장 착공식을 가졌다.

○ 중국과 동남아 등으로 수출 노려

해외 화학기업들이 한국에 생산 공장을 짓는 것은 한국이 세계 최대 화학제품 시장인 중국을 비롯한 주요 시장과 인접해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생산하면 물류비를 절감할 수 있다. 특히 중국으로 수출할 때는 지난해 12월 발효된 한중 FTA 덕에 관세 혜택을 본다.

도레이가 생산하는 PPS는 당초 중국에서 수입관세가 6.5% 붙었다. 하지만 한중 FTA로 인해 올해엔 3.9%로 깎였고, 단계적으로 관세가 없어진다. 코오롱바스프이노폼이 생산하는 POM도 중국에서 수입관세가 6.5% 붙었지만 FTA로 인해 15단계에 걸쳐 관세 0%가 될 예정이다. 반면 중국과 FTA를 맺지 않은 일본 등에서 수출하면 관세를 그대로 물어야 한다.

한국의 기업과 인력이 화학제품 생산경험을 갖추고 있는 것도 장점이다. 바스프는 코오롱플라스틱이 POM 생산 경험과 노하우를 갖추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합작을 결정했다. 미쓰비시화학도 삼양사와 과거에 2차례 합작사를 세워본 경험이 있다.

○ 국내 업체들은 여전히 범용에 의존

해외기업들이 한국에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기지를 지으며 수출시장을 공략하고 있지만, 국내기업들은 아직도 범용제품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남장근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독일 프랑스 미국 등 선진국 기업들은 매출에서 범용과 고부가가치 제품이 차지하는 비율이 대부분 5 대 5”라며 “반면 국내기업들은 매출의 70∼80%가 범용제품”이라고 지적했다.

범용제품은 원유에서 추출되는 나프타가 주원료인 데다 기술 진입장벽이 낮아 시황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최근 국내 화학기업들이 유가 하락으로 제품 마진이 확대되면서 이익을 보고 있지만, 시황 변화에 따라 타격을 입을 수 있는 취약한 산업 구조라는 것이다.

해외 화학기업들은 한국에 고부가가치 제품 공장을 짓더라도 국내기업에 직접 제조기술을 전수하진 않는다. 일부 국내 기업은 간접적인 기술 전수 효과나 생산에서의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지만, 독자 기술 개발에 주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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