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원료 연구 전문업체인 진셀팜은 1년 전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자 중국 시장으로 향했다. 한국 화장품을 좋아하는 중국 소비자가 많아 중국 수출에 필요한 화장품 위생허가나 관련 연구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본 것이다.
분석은 틀리지 않았다. 진셀팜은 화장품 위생허가를 담당하는 중국 국가식품의약품감독관리총국(CFDA)의 자문기관, 베이징궁상(北京工商)대 등과 공동연구를 진행하며 중국 시장을 개척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현지 최대 화장품회사인 상하이자화(上海家化)의 임상연구까지 따냈다. 또 한국 화장품회사들의 중국 시장 진출에 필요한 위생허가를 대행해주는 분야까지 사업영역을 넓혀갔다. 올해만 1000건이 넘는 위생허가를 대행했다.
안인숙 진셀팜 대표는 “위생허가 등 비관세 장벽에 막힌 한국 화장품회사의 중국 시장 진출을 돕고 한중 화장품산업 공동포럼을 매년 열어 양국 기업의 네트워크를 만들어주는 일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안 대표는 20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한중 FTA 1주년 파트너십 유공자 포상’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한중 FTA가 발효된 지 1년, FTA를 활용한 양국 기업들의 경제협력 성과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 한중 FTA 성공의 주역들
이날 시상식에서는 진셀팜 이외에도 한중 양국의 기업, 기관, 개인 등 총 59곳(명)이 수상했다. 중국 기업과 기관은 19곳이나 됐다. 유공자 포상은 한중 FTA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수상자가 상대국 파트너를 지정하면 동시 수상자로 선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CJ대한통운은 중국 파트너사인 시제룽칭(希傑榮慶)물류공급체인유한공사를, 중국공상은행은 LG디스플레이를 공동 수상 파트너로 지정해 공동 수상했다.
CJ대한통운은 한중 FTA 이후 중국에 ‘제2의 CJ’를 건설할 계획으로 현지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지난해 중국 최대 냉동냉장 물류기업인 로킨물류(현 CJ로킨)를 인수해 현지 네트워크도 넓혀 나갔다. 박근태 CJ대한통운 사장은 “철저한 조사를 바탕으로 입지를 선정하고, 인력과 제품을 현지화해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탄탄한 냉동냉장 물류체인을 바탕으로 김, 해삼 등 한국 수산식품의 중국 수출 확대에도 큰 기여를 했다.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일대일 상담 등을 통한 중국 물류 컨설팅 서비스도 제공했다.
개인 수상자들이 그동안 펼친 노력도 이날 빛을 받았다. 관세청 채봉규 사무관은 FTA집행기획관실 FTA협력과에서 일하며 세계 최초로 국가 간 원산지 자료교환 시스템을 구축해 한국 물품에 대한 원산지 심사 및 통관 절차를 간소화했다. 이를 통해 연간 6245억 원의 물류비 절감 효과를 얻은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의 이하형 수석연구원은 FTA종합지원센터 차이나데스크에 근무하면서 중소기업들의 대(對)중국 수출 인증 문제 해결에 앞장섰다. 이 수석연구원은 지난 1년간 820건의 전화·방문 상담을 통해 인증 절차의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에 해결 방법을 조언했다.
○ 한중 FTA로 동반성장
이날 행사에서 한중 FTA를 통해 중국 시장 진출 문호를 확대하고 양국 기업들이 동반성장할 수 있는 방안을 공유하기 위한 논의의 장인 포럼도 진행됐다. 포럼에서 최용민 한국무역협회 베이징지부장은 ‘한중 FTA 활용과 동반성장의 촉진’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의 중소기업과 협력해 분업구조를 확대하고 미국, 유럽연합(EU) 등 한국이 체결한 FTA 네트워크를 활용해 대외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국내 중소기업이 좀 더 쉽게 중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선 “중국 내 대기업의 마케팅 채널이나 쌀 삼계탕 화장품 등 다양한 소비재 상품으로 수출 품목을 다원화하는 대형 종합상사와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박래정 베이징LG연구소 소장은 중국 시장의 실태와 진출 방안을 제시했다. 박 소장은 “중국은 한국보다 9배 크고 성장 속도는 3배 빠르며 인구는 22배 많다”고 소개한 뒤 “한국과 다른 시장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중국이 원하는 품목, 서비스를 중심으로 전략을 세우라”고 강조했다. 이어 유망한 시장으로 청두(成都) 항저우(杭州) 우한(武漢) 등을 ‘신(新) 1선 도시’를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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