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전 10시 일본 도쿄(東京) 지요다(千代田) 구 총리 관저에 붉은색 넥타이를 맨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힘찬 걸음으로 들어오자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다. 아베 총리는 주위를 둘러본 뒤 “새로운 아시아태평양을 알리는 세기의 막이 드디어 열렸다”며 “일본과 미국이 주도하고 자유민주주의·인권·법치의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이 함께 자유와 번영의 바다를 만드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합의에 도달했다”고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아베 총리는 시종 자신감이 넘쳤다. 그는 “일본이 적극적으로 협상을 주도했으며 끈질기게 협상해 최상의 결과를 얻었다”며 “두려워하는 걸 그만두자. 이제 세계로 나아가자”고 말하며 두 팔을 쫙 펼쳐 보이기도 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선두에 서서 모든 각료가 참여하는 TPP 대책본부를 만들고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선언했다.
일본 정부는 2018년까지 일-유럽연합(EU) 경제협력협정(EPA)과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타결시켜 자유무역 상대와의 무역 비중을 현재 20%에서 70%까지 끌어올린다는 야심 찬 계획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TPP 협정안이 올해 안에 국회를 통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예상보다 TPP 주요 쟁점 합의가 늦어졌고 연말에 아베 총리의 국외 방문 일정이 많아 임시 국회가 길게 열릴 수 없기 때문이라고 요미우리신문은 6일 전했다.
중국 상무부는 5일 TPP가 아태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냈지만 관영 언론과 전문가들은 TPP 타결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중국 견제 발언에 ‘독설’에 가까운 반응을 보였다.
관영 환추(環球)시보는 6일 사설에서 “세계 2위 경제국인 중국이 빠진 TPP는 생명력도 유한하다”고 폄하했다. 대표적인 미국통으로 꼽히는 롼쭝쩌(阮宗澤) 중국국제문제연구소 부소장은 환추시보 인터뷰에서 “TPP가 중국을 배제할 경우 쓴맛을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한편 미국에서는 TPP 타결이 실제로 발효될 때까지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협상 참여 12개국 장관들이 타결은 선언했지만 주요 합의 내용에 대한 구체적인 사항들은 발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백악관은 “가능한 한 빨리 세부 내용을 공개하기 위해 작업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참여국이 12개나 되고 쟁점별 합의 내용이 많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TPP 협상에 찬성하고 대통령에게 무역협상촉진권한(TPA)을 부여한 공화당 안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오린 해치 연방 상원 금융위원장(공화·유타)은 “불행하게도 이번 협상이 심각하게 부족하다는 우려가 든다”고 말했다. 민주당 대선 경선 주자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무소속·버몬트)은 5일 “재앙적인 협정 폐기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것”이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협상에 서명하기 90일 이전에 의회에 통보하고 의회는 60일 이내에 표결을 통해 찬반 여부를 결정하게 되는데 내년 대선 정국이 시작된 상황에서 TPP 문제가 정치적 부담이 될 경우 오바마 행정부가 처리 절차 자체를 차기 정부에 넘길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