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타결로 세계 통상질서의 새 판 짜기가 시작되면서 한국은 ‘메가 자유무역협정(FTA)’이라는 거대한 파도에 더 늦지 않게 올라타 새로운 통상전략을 짜야 한다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TPP가 세계 통상질서의 새로운 규준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한국은 양자 간 FTA 체결에 치중해온 통상전략에 변화를 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TPP가 단순한 경제 동맹이 아니라 미국이 주도하는 외교안보 동맹의 성격도 가진 만큼 정치적, 안보적 판단도 동시에 고려돼야 한다.
6일 정부와 산업계 등의 분석에 따르면 TPP가 타결되면서 장기적으로는 한미 FTA를 통해 한국 기업이 미국 시장을 선점한 효과가 줄고 TPP 회원국과의 교역과 투자가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40%가량을 포괄하는 TPP가 관세 철폐뿐 아니라 노동·환경, 국유기업 특혜 제한, 해외 투자 보호, 지식재산권 등 폭넓은 영역에서 높은 수준의 자유무역 규준을 제시하면서 한국도 이를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정부는 일단 TPP 참여를 사실상 결정하고 적절한 가입 시기를 타진할 방침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6일 “어떤 형태로든 우리가 메가 FTA에 참여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겠다”면서 “공청회 등 통상 절차를 거쳐 TPP 참여 여부와 시점을 결정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참여 쪽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실제 시기가 언제가 될지는 불확실하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발효까지 1년 반 이상 걸릴 것이고 먼저 참여한 12개 회원국의 승인도 받아야 해 2년은 걸린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지금부터라도 국익 차원에서 차분하고 신중하게 예상되는 영향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협상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새로운 통상질서에 맞춰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등 ‘골든타임’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 TPP 발효前 2년이 철저 대비할 ‘골든타임’ ▼
우선 중국, 베트남, 뉴질랜드와 이미 체결한 FTA부터 국회 비준을 서둘러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김영귀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지역무역협정팀장은 “한중 FTA가 연내 발효되면 발효일과 내년 1월 등 두 차례 관세인하가 될 수 있다”며 “교역 의존도가 높은 중국 시장을 고려해 비준 동의안을 조속히 발효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TPP로 일본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을 우려하기에 앞서 산업 구조조정, 국내 규범 정비 등 비관세 장벽 해소에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장수영 KOTRA 통상전략팀장은 “가격 경쟁력에 의존하기보다 기술력을 강화하는 등 미리 산업 체질을 강화하면 TPP 참여에 따른 부담 조항 자체를 없애거나 부담을 최대한 줄일 수 있다”며 “이렇게 되면 우리 정부도 협상력을 발휘할 여지가 더 생길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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