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간 무역갈등이 격화되는 가운데 한국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서둘러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이 조만간 TPP에 복귀할 가능성이 커지는 만큼 한국도 선제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27일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서울 영등포구 전경련회관 콘퍼런스센터에서 ‘TPP 대응전략 세미나’를 열었다. 권태신 전경련 상근부회장은 “미중 무역전쟁 현실화로 글로벌 통상질서가 흔들리고 있는 만큼 한국은 그간 미뤄온 TPP 가입을 다각도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2015년 출범한 TPP는 아시아 태평양 국가들의 다자간 자유무역협정으로 무역장벽을 없애고 자유무역을 발전시키자는 취지로 결성됐다. 처음에는 미국, 일본,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12개 국가가 참여했지만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지난해 1월 탈퇴해 지금은 11개 국가만 남았다. 이름도 CPTPP(포괄적 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으로 바뀌었다. 현재 참여국의 총인구는 약 5억 명, 수입 규모는 세계 무역의 14.3%에 달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미국의 복귀를 점치고 있다. 성한경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중 무역갈등 고조로 미국이 TPP에 복귀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주장했다. 미국이 없는 TPP는 중국 주도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보다 규모가 작지만 만약 미국이 복귀하면 세계 최대의 경제블록으로 급부상한다. 성 교수는 “이 경우 만약 한국이 TPP에 참여하지 않는 상태로 계속 있다간 무역 피해를 입을 수도 있기 때문에 우리도 조기 참여 의사를 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이 여태까지 TPP 참여를 미뤄왔던 것은 일본 때문이다. TPP에 들어가면 일본의 질 좋은 자동차, 기계, 부품 등이 낮은 관세를 등에 업고 한국 시장에 밀려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대(對)일 무역 적자 심화로 이어진다. 하지만 미국이 TPP에 복귀할 경우에도 한국이 참여를 거부하면 장기적으로 더 큰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경련에 따르면 미국이 TPP에 복귀하고 한국은 참여하지 않는 경우, 한국은 약 1조8900억 원 규모의 추가 무역 손실을 입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한국이 미국과 함께 참여한다면 무역 흑자가 약 28조4700억 원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엄치성 전경련 국제협력실장은 “TPP는 높은 개방 수준을 기반으로 아시아 태평양 지역을 주도하는 대형 자유무역협정(FTA)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한국도 새 통상질서 구축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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