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 수요 감소에는 효과가 있겠지만 공급 대책이 없는 게 아쉽다.”(대형 건설사 관계자)
“재건축 시장을 너무 옥죄면 3, 4년 뒤 공급 부족이 심화될 수 있다.”(시중은행 투자전문가)
19일 문재인 정부의 첫 부동산 대책이 발표되자 시장엔 기대와 우려가 엇갈렸다. 전문가들은 “가수요를 일시 억제할 순 있겠지만 근본적인 처방으로는 부족하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의 ‘핀셋 규제’로 국지적 과열이 진정될 수 있지만 규제 수준이 시장의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아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재건축 시장은 당분간 숨고르기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내 집 마련 실수요자라면 시장이 다소 안정세를 보일 때 공격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부동산 전문가 5인의 ‘6·19부동산대책 대응법’을 정리해 본다.
○ 재건축 대책…“과열 억제” vs “효과 미미”
이번 대책의 주 타깃으로 지목된 곳은 ‘과열 진원지’로 꼽혀 온 서울 강남 지역 재건축단지다. 정부는 현재 3채까지 분양받을 수 있는 조합원 주택 공급 수를 최대 2채로 제한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에 따라 당분간 거래가 둔화되면서 시장이 숨고르기에 들어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청약조정대상 지역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가 강화된 게 투자자들에게는 부담이다. 이동현 KEB하나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투기 수요를 억제하려는 정부의 의지가 확고하다”며 “이번 발표 이후에도 시장이 안정되지 않으면 향후 더 강한 청약이나 대출 규제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재건축 시장 과열을 철저히 예방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박선호 국토교통부 주택토지실장은 “내년 1월부터 시행하기로 한 초과이익환수제의 시행 시기를 더 늦추는 방안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초과이익환수제를 예정대로 시행해 재건축 투기 수요를 억제하겠다는 이유에서다. 이어 “과열 지역의 투기과열지구 지정 가능성은 지난해 발표한 ‘11·3 안정화 대책’보다 한 단계 높아졌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투기과열지구 지정이나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등 파급력이 큰 조치는 나오지 않아 이번 조치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단기 과열 분위기는 진정되겠지만 근본적으로 강남 지역 아파트의 공급이 부족해 하반기에도 오름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 잔금 대출 DTI…“신중한 자금 계획 수립해야”
전문가들은 내 집 마련 실수요자라면 이번 조치 이후 시장이 안정세를 보일 때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가수요가 일시적으로 억제되면 내 집 마련 실수요자에게 기회가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큰 폭은 아니더라도 앞으로 집값이 꾸준히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깔려 있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최근엔 입주 물량이 몰리더라도 아파트값이 크게 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입지가 좋은 지역은 청약이나 구입을 서두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다만 청약 전에는 명확한 자금 마련 계획을 먼저 세워야 한다. 아파트 잔금을 빌릴 때도 DTI를 따져야 하기 때문이다. 무턱대고 분양받았다가 대출금 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 하반기(7∼12월) 금리 인상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이 센터장은 “과거엔 소득의 30∼50%를 대출받았다면 앞으로는 10∼20%포인트 정도 대출금 비율이 낮아질 것을 감안해 자금 조달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전문위원은 “청약 규제가 강화되면서 부적격 물량이 일시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며 “분양 단지마다 운영 중인 ‘내 집 마련 신청’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여윳돈 투자자라면 재건축이나 분양아파트 대신 새로운 부동산 투자처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도심 상가, 꼬마빌딩이 안정적인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상언 대표는 “수익형 부동산이 주목받겠지만 공실이 많은 지역은 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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