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미 신임 국토교통부 장관은 23일 취임 일성(一聲)으로 부동산 투기 세력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과열 진원지로 꼽히는 서울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에 대해서는 다주택자 주택구입 증가 폭을 일일이 언급하며 “(투기 세력이) 돈을 위해 주택 시장을 어지럽히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 전역 새 아파트의 분양권 전매를 금지하고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대폭 축소한 ‘6·19대책’에 이어 나올 정부 부동산 대책은 다주택자의 투기 규제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김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가진 취임식에서 “최근 주택 시장 과열의 원인은 투기 수요 때문”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근 서울 등 부동산 시장의 과열이 공급 부족에서 비롯됐다는 주장을 구체적인 수치를 들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김 장관은 강남 4구와 용산·마포구 등에서 다주택자의 주택 거래가 늘어난 점을 부동산 투기의 근거로 들었다. 그는 “올해 5월 무주택자와 1주택자가 집을 산 비율은 지난해보다 떨어진 반면에 집을 3채 이상 가진 사람들의 거래는 늘었다”고 강조했다. 또 “강남 4구에서 경제활동이 활발하지 않은 29세 이하의 주택 거래가 두드러지게 늘었다”며 “편법 거래를 충분히 의심할 만한 정황”이라고 지적했다.
국토부가 이날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강남 4구에서 무주택자가 구입한 주택은 2103채로 전년 동월 대비 9.1% 늘었다. 반면에 주택 3채 보유자의 주택 거래량은 47.8% 증가했고 4채 보유자의 거래량은 41.9%, 5채 이상 보유자는 53.1% 늘었다.
하지만 김 장관이 제시한 수치를 ‘투기 수요의 증가’로 보기엔 표본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거래량을 구체적으로 보면 송파구와 용산구에서 5주택 이상 소유자가 구입한 주택은 지난해 5월 각각 9채와 15채에서 올해 5월 17채, 25채로 늘었다. 김 장관은 이를 “송파구는 89%, 용산구는 67%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동현 KEB하나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투기 수요를 설명하기 위해 예로 든 통계의 표본이 너무 적다”며 “실수요자와 투기 수요를 구분하는 세밀한 통계를 바탕으로 시장 동향을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다주택자의 투기 수요가 수급 균형을 깨뜨려 시장을 불안하게 만든다는 흐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6·19대책’에 이어 정부가 더 강한 규제를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날 취임사가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언했던 노무현 정부 때처럼 주택 공급보다는 수요 억제에 초점을 맞춰 집값 급등을 막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어서다. 노무현 정부는 분양권 전매 제한과 투기과열지구 지정, 종합부동산세 도입으로 투기 수요를 잡으려 했지만 주택 공급이 여의치 않으면서 오히려 부동산 가격 급등을 불러왔다.
공급 부족에 대한 정부와 시장의 뚜렷한 시각차도 다시 확인됐다. 김 장관은 이날 △공공임대주택의 개념을 확장한 공적임대주택 공급 확대 △청년·신혼부부 등 주거 취약계층의 맞춤형 지원 외에는 뚜렷한 공급 확대 방안을 언급하지 않았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수요자가 원하는 지역에 더 좋은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의지 없이는 시장의 불안을 잠재우기 힘들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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